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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경찰 `도둑 잡는데 벌거벗은 게 대수냐`

뉴질랜드 경찰 `도둑 잡는데 벌거벗은 게 대수냐`

 

뉴질랜드에서는 도둑을 잡은 벌거벗은 경찰이 있어 화제다.

뉴질랜드 언론들은 뉴질랜드 남섬 발클루타 경찰서 소속 톰 테일러 경사가 지난 31일 새벽 자신의 집 안방에서 잠을 자다 밖에서 수상한 소리가 난다는 부인의 말에 발가벗은 채 밖으로 뛰쳐나가 자동차를 훔치려던 도둑을 붙잡았다고 전했다.

언론들은 테일러 경사가 비록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였지만 경찰관이라는 본분을 한시도 망각할 수 없다는 듯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밖으로 뛰쳐나가 도둑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일러 경사는 이른 새벽에 아내가 밖에서 나는 수상한 소리를 듣고 깨웠다면서 "처음에는 집 앞 길거리에 누가 자동차를 세우고 있거나 자동차에 기름이 떨어져서 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즉시 그게 부인의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소리라는 걸 알고는 손전등만을 얼른 찾아 손에 쥔 채 벌거벗은 알몸으로 총알처럼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알몸의 상황에 대해서는 "그날은 너무 너무 더운 밤이어서 어쩔 수 없이 옷을 모두 벗고 있었다"면서 "옷을 걸치다 보면 도둑이 달아나버릴 것 같아 알몸으로 뛰쳐나갔다"고 밝혔다.

차고에서 자동차를 끌어내려던 도둑은 벌거벗은 경찰과 대충 옷을 걸치고 곧바로 뒤따라 나온 부인에게 현장에서 붙잡혔고 벌거벗은 경찰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도둑에게 바닥에 엎드리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도둑은 남자가 벌거벗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란 듯 몇 번 눈길을 주다가 훔친 물건들로 가득찬 자루 두 개를 놔둔 채 어둠 속으로 도주해버렸다.

하지만 그는 날이 밝은 뒤 길거리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려다 그를 알아본 부인의 신고로 다시 경찰에 붙잡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테일러 경사는 경찰관 생활 11년이 됐지만 알몸으로 현장에 출동했던 건 처음이라며 "다른 건 몰라도 내 모습이 도둑을 몹시 놀라게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에 붙잡힌 도둑은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25세 남자로 주거침입과 차량 절도 미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