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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카 김, 기자회견 왜 취소했나

에리카 김, 기자회견 왜 취소했나

무성… 어느 것 하나 확실치 않아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내 윌셔프라자호텔의 한 직원이 5일 오전 11시로 예정됐던 김경준 가족의 이명박후보 관련 기자회견이 취소됐음을 알리는 게시문을 붙이고 있다. 김씨 가족은 회견이 열리기 1시간20분전에 취소문을 게시했다.(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BBK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김경준(41)씨의 가족들이 5일 가질 예정이었던 한국 검찰수사결과 반박 기자회견을 전격 취소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 전 변호사와 부인 이보라 씨는 5일 오전 11시(한국시간 6일 오전 4시) LA 윌셔프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3일 발표했었으나 회견 예정시간을 불과 1시간20분 가량 남겨둔 이날 오전 9시 40분께 뚜렷한 취소 배경을 밝히지 않은채 회견 취소를 통보했다.

특히 에리카 김은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이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에 관련돼 있음을 밝히는 증거와 자료를 제시, 검찰 수사가 잘못됐음을 입증하겠다"고 공언했던 터여서 갑작스런 취소 배경과 에리카 김의 현 소재,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을 놓고 여러가지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취소 배경을 놓고 여러가지 설들이 제기되고 있으나 검찰의 수사를 뒤집을 만한 카드가 더이상 없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에리카 김은 김경준씨가 검찰 수사과정에서 회유받았다는 내용의 자필 메모가 지난 3일 언론에 공개된 직후 "5일 기자회견에서 밝힐 내용이었는데 미리 흘러나갔다"고 말했을 정도로 메모지가 미리 공개된 데 대해 아쉬움을 피력했다. 물론 또다른 공개자료 준비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더구나 전날 수사결과 발표에서 검찰이 이 후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린 이유를 조목조목 공개한 마당에 기자회견을 통해 불확실한 주장만 늘어놓을 경우 기소된 김경준씨에게 오히려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LA지역에서는 에리카 김 등 김경준씨 가족이 백기를 들고 더이상 반발하지 않음으로써 김씨에 대한 형량이라도 낮추기로 결정하고 검찰에 이런 의사를 전하지 않았겠느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또 검찰이 에리카 김을 횡령 사건의 공범으로 판단하고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를 밟아 국내로 송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일부의 소문도 기자회견을 하는데 적지않은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최재경 부장검사)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중지된 에리카 김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미 사법당국에 범죄인인도청구를 할 예정이라면서 김경준씨에 대해 송환 결정을 내린 미국 법원의 결정문에도 에리카 김씨가 횡령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김경준씨 개인에서 가족들로 혐의가 확산되는 등 갈수록 복잡해져 가는 상황에서 회견을 함으로써 자칫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현지시간으로 4일 저녁 6시에 이뤄진 검찰 발표 이후 이를 반박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못했을 수도 있어 연기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하지 않은 형편이다.

현재 에리카 김은 그동안 취재진과 연락이 닿던 휴대전화의 전원을 아예 꺼놓은채 잠적한 상태이며 베벌리 힐스에 있는 자택에도 인기척이 없는 상태다.

일부에서는 에리카 김이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후속 대책을 논의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지만, 일단 사무실 직원들은 "오늘 출근하지 않았고 회견 취소문을 내걸라고 전화로 알려왔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물론 김씨 가족이 앞으로 어떤 행동을 보일지가 한국 대선정국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기자회견을 갑자기 취소하고 잠적함으로써 여론이 김씨 가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조만간 입장을 밝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