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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골프규칙

골프 스코어카드 동반 선수가 기록 … 확인은 본인 책임

골프 스코어카드 동반 선수가 기록 … 확인은 본인 책임

스코어카드 오기 왜 잦을까
제출하면 못 고쳐 … 양용은, 1억8000만원 날린 셈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끝난 유럽프로골프협회(EPGA)투어 HSBC 챔피언스 골프대회에서 지난해 챔피언 양용은(테일러 메이드·사진)의 이름은 리더보드에서 보이지 않았다. 공동 5위를 달리던 양용은이 3라운드 스코어카드 오기(誤記)로 실격 처리됐기 때문이다. 공동 5위 상금은 13만3969유로(약 1억8000만원). 스코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탓에 거액을 날린 셈이다.

◆부주의가 원인=프로 골퍼들이 가장 흔하게 위반하는 규칙이 스코어카드 오기다. 올해만 해도 PGA 투어와 유럽 투어에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알렉스 체카(독일), 다니엘 초프라(스웨덴) 등 10명이 넘는 선수가 실격당했다. LPGA 투어에서도 다니엘 아마카퍼니(미국)가 같은 이유로 쓴맛을 봤다.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안투어 바클레이스 싱가포르오픈에서는 싱가포르의 간판 스타 마단 마맛이 1라운드에서 ‘더블 보기’를 ‘보기’로 적은 스코어카드에 서명했다가 실격당했다. 당시 마단의 스코어를 적은 동반자는 최경주였다.

양용은의 경우엔 좀 더 억울한 경우다. 12번 홀(파3) 더블보기가 보기로, 17번 홀(파3)에선 버디가 파로 적혀 있었는데 전체 스코어만 확인하고 서명했다가 실격당한 케이스다.

◆왜 일어나나=아마추어와 달리 프로 대회에서는 스코어를 본인이 적지 않고 동반 선수가 스코어러(Scorer·국내에서는 ‘마커’라고 부른다)가 돼 서로 상대방의 스코어를 적는다. 라운드가 끝나면 선수들은 자신의 스코어를 확인하고 서명한 뒤 제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홀별로 꼼꼼히 확인하지 않으면 희생자가 될 수 있다. 골프 규칙상 스코어를 실제보다 많게 적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적게 적으면 실격 사유다. 양용은의 경우는 전체 스코어는 맞았지만 12번 홀에서 적게 적은 것이 문제였다. 일단 사인한 뒤 스코어카드를 경기위원회에 제출하면 나중에 정정할 수도 없다.

◆스코어 확인은 본인 책임=골프 규칙에 따르면 스코어를 잘못 기재한 동반자는 아무 책임이 없다. 골프는 ‘매너의 운동’ ‘신사의 운동’이므로 동반 선수의 스코어를 고의로 틀리게 적는 경우는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년 전 한국 오픈에 출전한 중견 골퍼가 스코어카드 오기로 실격당한 뒤 동료(마커)에게 의자를 집어던졌다가 지탄을 받기도 했다.

J골프 박원 해설위원은 “스코어카드 제출 이후에 정정조차 할 수 없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스코어 확인은 선수 본인의 책임이며 이것도 골프의 일부라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