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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자유공간

친구따라 강남갈때는 좋지‥

친구따라 강남갈때는 좋지‥

 

“불륜이요? 남편한테는 미안하지만 한 번쯤 해보고 싶긴 해요.” (박모씨·34·주부·서울 강남구), “불륜이라고 해서 꼭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생활의 활력소라고 생각해요.”(진모씨·34·여·교사·전주시)

요즘은 불륜을 동경하지도, 신비감을 품지도 않는다. 당연시 하는 분위기다. 애인이 없으면 대화에도 끼지 못할 정도다.

불륜(不倫)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난 것’이다. 사회에서 불륜은 법에 어긋난 일탈행위다. 하지만 누구나 일탈을 꿈꾼다. 남녀노소 불문이다. 지루한 일상에서의 탈출은 짜릿하고 달콤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은 불륜에 대한 죄의식이 약화된 탓에 첫 만남에서도 불륜의 유혹에 쉽게 빠져든다. 사회적 분위기도 이같은 속전속결식 불륜을 부추긴다. 베테랑 곽영범 PD가 드라마 ‘아내의 반란’ 제작발표회에서 “강남 쪽의 유부녀 치고 애인 없는 사람이 없다”고 폭로했을 정도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결혼생활에서 변화를 갈망하는 남녀가 많다. 자연스럽게 불륜을 꿈꾼다. 주변에서 불륜 대상을 소개시켜주기까지 한다. 한 번 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불륜을 꿈꾸는 사람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 흔히 “매일 된장찌개만 먹고 어떻게 살아. 가끔은 새로운 음식도 먹어줘야지”라고 답한다. 삶에 대한 새로운 자극을 바라는 욕망이다.

제3자가 보기에는 불륜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사랑이다. 단, 대가가 따르는 사랑이다. 스스로의 도덕적 판단에 따른 심리적 죄책감이다. 소설가 백영옥씨는 “불륜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파괴적인 사랑”이라고 했다. 불륜의 상처는 너무도 치명적이라 영혼에조차 깊은 칼자국을 남긴다며 세상에 좋은 살인이 없는 것처럼 행복한 불륜도 없다고 강조한다.

그래도 불륜 커플은 증가하고 있다. 불륜 관련 이혼율이 높아진 것이 이를 반증한다. 주부들의 외도가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30~40대 주부들의 사회활동 증가와 사회적 지위 향상, 성 개방 풍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각종 드라마나 영화가 불륜을 미화하고 부추기는 것도 한 요인이다. 여기에 인터넷과 휴대전화도 가세했다. 동창모임, 채팅 사이트는 물론 메신저의 연인 만들기 코너 등이 보기다. 채팅 사이트가 불륜을 조장한다는 것은 이미 구문이 된 지 오래다.

미국 콜로라도대가 유부녀 4884명을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대담 면담에서 연 1.08%가 불륜을 고백했다. 그러나 컴퓨터 면담에서는 연 6.13%나 됐다.

심리전문가들은 여성의 불륜은 과거 강간과 같은 성적 학대경험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남성의 경우에는 신경증, 아내의 임신 등과 관련이 깊다고 설명한다.

체계이론가들은 불륜은 부부의 합작품이라고 주장한다. 정서적으로 메말라진 부부관계를 소생시키기 위해 제3자를 끌어들이고, 결국 결혼생활의 위기를 부른다는 설명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누구도 희생자가 아니다.

그러나 이에 반대하는 이론가들은 배신당한 배우자는 다만 희생자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불륜 당사자가 자신의 불륜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 배우자를 불륜의 공범으로 모는 것이라는 풀이다.

강남차병원 정신과 서호석 교수는 “불륜은 달콤하지만 정말 달콤한 사랑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잠깐의 쾌락을 위한 불륜은 인격 통합마저 무너지게 만든다”고 지적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