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면조코/뭐니 머니

황당한 기름값..도매가 내려도 소비자가는 올라

황당한 기름값..도매가 내려도 소비자가는 올라

 

 

국제유가의 강세로 국내 기름값도 브레이크 없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막대한 세금과 이해하기 힘든 기름값 결정구조로 인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유가 급등의 대표 지표인 국제유가의 상승률을 2배 가까이 웃도는 휘발유값 상승, 그리고 정유사가 판매하는 공장도 가격이 내렸는데도 정작 주유소의 휘발유값은 사상 최고치를 눈앞에 둔 현상은 소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당국이나 가격집계 기관도 "정확한 이유는 파악하기 힘들다"는 말만 되풀이해 소비자들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 공장도價 내려도 주유소는 오른다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무연보통휘발유 가격은 2월 첫째주 ℓ당 1천394.18원을 저점으로 16주 연속 올라 5월 다섯째주에는 1천546.53원까지 상승, 사상 최고였던 지난해 8월 셋째주(1천548.01원)에 근접했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들에게 적용되는 가격일 뿐, 도매시장의 사정은 다르다.

정유사들이 주유소나 대리점에 판매하는 무연보통휘발유 가격은 5월 넷째주 ℓ당 1천495원을 꼭지점으로 반락, 주유소 가격이 16주 연속 상승한 5월 다섯째주에는 ℓ당 1천491원으로 다시 떨어졌다.

공장도가는 4원이 내렸는데 정작 소비자 가격은 4.75원이나 뛴 것이다.

문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유가와 늘어나는 세금으로 가뜩이나 기름값에 민감해진 상태에서 이런 현상의 이유도 모르고 대책도 없다는 점이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기름값 반영에 시차가 있지 않나 생각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격을 집계하는 석유공사 관계자도 "공장도가와 소비자가의 움직임이 연계되는게 일반적인 현상이며 공장도가격이 내렸는데 소비자가는 오르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은 아니다"며 "그러나 주유소 등을 통해 파악해도 '기름값 결정은 자율화돼 있다'는 답변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 휘발유가, 원유가격 상승의 2배

한국석유공사의 가격자료에 따르면 국내 휘발유가는 2월 첫째주부터 5월 다섯째주까지 16주 연속으로 올랐으며 상승폭은 10.9%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휘발유 가격의 50%를 훨씬 넘는 각종 세금으로 기름값 상승폭이 작은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일 뿐, 세전 공장도 가격을 보면 이 기간 휘발유값은 ℓ당 462.76원에서 611.16원으로 32.1%나 폭등했다.

이에 비해 이 기간 중동산 두바이유 주간 가격은 배럴당 55.56달러에서 64.71달러로 16.5% 상승하는데 그쳤다. 환율문제를 빼면 국내 휘발유가 상승폭이 원유가격 상승폭의 2배에 달한다는 이야기다.

정부와 석유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은 원유가보다는 국제유가에 더 연동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석유공사의 자료상 국제시장에서 국내 무연보통휘발유에 상응하는 제품인 옥탄가 92 휘발유는 2월 둘째주 배럴당 63.93달러를 저점으로 꾸준히 올랐으나 5월 셋째주 89.72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2주 연속 내려 5월 다섯째주에는 85.94달러였다.

국내가격이 계속 뛰는 동안 국제가격은 하락했으며 국내 제품가가 국제 제품가에 고스란히 연동되지도 않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석유공사 정진규 국내조사팀장은 "정유사들이 국제 휘발유가와 원유가격을 모두 고려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유가가 자율화된 데다 정확한 가격 결정 메커니즘은 '영업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아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