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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조코/세상은 이렇게

국민에게 날아온 256조원짜리 비용 청구서

국민에게 날아온 256조원짜리 비용 청구서

 

 

내년에 정부가 쓰겠다는 돈의 규모가 드러났다. 예산처가 내놓은 예산편성지침에 따르면 예산과 기금을 합친 내년도 정부의 총지출액은 약 253조~256조원으로 올해 지출 규모보다 7~8%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올해 증가율 5.8%는 물론 복지지출이 크게 증가한 최근 6년간의 증가율을 훨씬 능가하는 수치다. 이처럼 정부의 씀씀이가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된 것은 내년에 기초노령연금제가 처음 도입되는 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보완대책, 2단계 균형발전계획 등 각종 복지.분배 정책에 지출하겠다는 돈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이미 농촌대책과 국방개혁, 1단계 균형발전계획 등 거창한 정부 사업에 돈이 뭉텅이로 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돈 쓸 계획만으로 나라 살림을 꾸려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쓰겠다는 돈은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나는 것이 아니다. 분배다 복지다 해서 선심 쓰듯 책정된 재정 지출금에는 한 푼도 공짜가 없다.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세금을 더 떼거나, 그도 모자라면 빚을 내서 메울 수밖에 없는 돈이다. 정부의 지출예산 계획은 국민에게 내민 정부의 비용 청구서다.

문제는 이 비용 청구서의 지출 내역에 적힌 돈이 정말 필요한 곳에 알뜰하게 쓰인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내년도 예산지침에 나타난 지출계획은 이 정부가 추구해온 복지.분배 중심의 재정지출 기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하나하나 따져 보면 다 이유가 있고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지출을 확대하는 것이 능사도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 일단 쓰고 보자는 예산편성을 해놓고 국민에게 어떻게든 감당하라고 불쑥 청구서만 들이대는 것은 나라 살림을 제대로 꾸리려는 자세가 아니다.

정부 지출 확대가 가져올 재정 건전성 악화와 국가채무 증가에 대한 우려도 크다.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내년도 예산부터는 복지지출 확대로 일관해온 참여정부의 재정운용 기조에 대한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중앙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