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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새 주가 50배 `뻥튀기`… 다단계로 1500억 끌어 모은 작전세력

6개월새 주가50배 `뻥튀기` 다단계로 1500억 끌어 모은 작전세력

1000원대 코스닥주식 → 5만원대로
금감원 긴급조치 발동, 검찰에 고발

 

다단계 방식으로 15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모아 주가를 끌어올린 작전 세력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들은 끌어들인 자금으로 증권계좌 728개를 만든 뒤 자동차 부품업체 L사의 주가를 50배나 끌어올렸다. 금융감독원은 이 '작전 세력'에 긴급조치를 발동해 검찰에 즉각 수사의뢰했다. 금융 감독 당국이 긴급조치를 취한 것은 지난해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두 번째로 주가 조작과 관련해서는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김홍일 3차장 검사는 16일 "자동차 부품업체인 L사의 주식 매입에 작전 세력이 개입했다는 금감원의 고발이 들어왔다"며 "이들이 최근 이용한 차명계좌 9개를 동결하고 일제 조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수사 착수와 함께 관련 계좌를 즉각 동결 조치한 것이나 주가조작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수사를 진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의 고발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자본금이 50억원에 불과한 L사 주식을 작전 대상으로 설정했다. 작전 세력은 일반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접근, 명의를 빌린 뒤 특정 IP(인터넷 주소)에서 집중 매매 주문을 내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때 이 IP에서 나간 매수 주문은 전체 매수 주문의 49.5%를 차지했다.

이들은 주가를 끌어올린 뒤 같은 방식으로 자금을 모아 다른 IP에서 매수 주문을 내 먼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팔아 차익을 챙겼다. 이 돈의 일부를 먼저 투자한 사람들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방식을 반복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액면가 500원인 L사의 주식은 지난해 11월까지 주가가 1000원 선에 머물렀으나 작전 세력 개입 후 급등, 16일 현재 5만1400원에 거래되는 등 여섯달새 50배가 올랐다. L사의 시가총액도 5175억원으로 커져 코스닥 상장업체 중 17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26억원, 영업적자 9억원, 순손실 10억원을 기록했다.

이 작전 세력은 L사 외에 또 다른 상장사 2곳의 주식을 같은 방식으로 시세 조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감독 당국은 이 과정에서 일부 대출 모집업체가 시세조종 혐의자들에게 상호저축은행의 주식담보대출을 알선해 해당 주식을 집중 매집한 정황도 포착했으며 일부 증권사도 시세조종 세력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박광철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현재도 주가조작이 계속 이뤄지고 있고 관련 계좌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일단 긴급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특별조사팀을 꾸려 추가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다만 아직 주가조작 혐의가 완전히 입증되지 않은 만큼 L사 등에 대한 거래정지 조치는 발동하지 않기로 했다. 박 부원장보는 "주가조작 소문이나 고수익을 미끼로 한 시세조종세력, 주식투자자금 알선업체의 제의 등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며 "회사의 실적 개선이나 호재성 재료가 없는데도 주가나 거래량이 단기간에 급등한 주식에 대해서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종문.고란 기자

◆ 긴급조치=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이 금융경제상의 중요한 위기로 금융감독에 대한 긴급 조치가 필요한 경우 위원회 소집 없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