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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자유공간

북한에도 `간통죄` 있을까요

북한에도 `간통죄` 있을까요

법원 `북 형사법` 펴내
비법혼인죄, 음탕한 행위죄 등 풍속 문란 엄벌
유괴는 어린이 훔친죄, 판.검사는 법일군 표현



북한에서 성매매를 하면 죄가 될까. 답은 '횟수에 따라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이다. 2004년 개정된 북한 형법은 매음죄를 신설했다. '매음 행위를 여러 번 한 자는 2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한다'는 규정이다. 매음 행위를 한 번 하면 죄가 되지 않지만 여러 번 하면 죄가 된다는 뜻이다. 노동단련형은 교도소가 아닌 곳에서 죗값을 노동으로 대신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사회봉사명령과 비슷하다.

법원행정처는 북한의 형법을 소개한 '북한의 형사법'이라는 책자를 최근 펴냈다. 특히 현직 판사 20여 명은 지난해부터 통일사법정책 연구반이라는 연구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모임에는 법원행정처 사법정책담당관을 지낸 이종석 부장판사, 통일부에 파견 근무를 한 경험이 있는 강신중(광주지법), 이주원(대법원 재판연구관) 판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통일법제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재판 업무와 병행해 북한법을 연구하고 있다. 두 달에 한 번씩 대법원에 모여 세미나를 연다.

또 탈북자들을 심층 면접해 북한의 법과 현실 간의 차이점도 조사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양영희 판사는 "개성공단 사업 등 남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국 국민이 북한 법의 영향을 받는 상황이 늘어날 것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법혼인죄'를 아시나요=한국의 간통죄와 비슷한 죄로 북한엔 비법혼인죄가 있다. 북한 형법이 최근 개정되면서 새로 만들어졌다. '탐욕 그 밖의 비열한 동기'를 범죄 요건에 두고 있어 우리나라처럼 모든 간통 행위가 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집단성교 등을 규제하는 '음탕한 행위죄'는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교도소에서 죗값을 노동으로 치르는 것으로 한국의 징역형에 해당)으로 강력히 규제하고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북한 사회에도 성 관련 범죄 등 풍속 문란 사범이 늘고 있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살인죄는 다섯 가지로 구분된다. 살인의 동기와 죄질에 따라 형량이 다르다. 고의적 중(重)살인죄, 고의적 경(輕)살인죄, 발작적 격분에 의한 살인죄, 정당방위 초과 살인죄, 과실적 살인죄 등이다. 고의적 중살인은 '탐욕.질투 그 밖의 비열한 동기에서 사람을 고의로 죽인 죄'(10년 이상 노동교화형, 최고 사형)다.

북한 형법의 특징 중 하나는 '어린이 훔친 죄'(유괴죄), '개인재산 빼앗은 죄'(절도죄) 등 순우리말을 쓴 죄명이 많다는 점. 사기죄는 '개인재산 속여 가진 죄'이다. 북한의 법원.검찰 공무원은 '법일군(꾼)'으로 불린다.

◆변호인 수임료는 담배=북한의 변호인은 대부분 공선(국선)이기 때문에 따로 수임료를 주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변호인의 도움을 잘 받으려면 담배 선물이 필수라고 한다. 양영희 판사는 "수사나 재판 관련자에게 뇌물을 주는 등 우리의 법조 비리에 해당하는 관행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에선 법일군이 일을 잘못했을 경우 처벌 조항도 있다. 부당 판결.판정죄가 대표적이다. 북한의 법일군은 대부분 김일성종합대학 법학부 출신에 당 관료 자제 등으로 구성된다. 판사는 당이 지명한 사람을 인민회의 등에서 선출하는 방식으로 임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