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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조코/세상은 이렇게

안 잘리려면 계략을 짜라

안 잘리려면 계략을 짜라

‘38선’도 위험한 세상…치밀한 전략만이 살길

40~50대 직장이라면 한번이라도 퇴출의 공포를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연말이나 연초 인사 시즌이 되면 더욱 더 간은 작아지고 눈치 보기에 바빠진다. 이는 직장인의 숙명이라 할 수도 있다.

그래도 대범하게 승진을 기대하고, 좋은 부서로 옮기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처세술, 자기계발 등 내공을 쌓아야 한다. 이번 이코노미스트는 직장에서 퇴출당하지 않는 비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요즘은 제조업, 서비스업 모두 3D업종이라고 푸념하고 산다.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직업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최근에는 여기에 D가 하나 더 붙어 4D업종이라고 한다. 마지막 D는‘Dreamless’다. 꿈이 없다는 얘기다.

직업의 비전이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보다 현실적으로는 이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직장생활조차 언제 그만두게 될지 모른다는 극도의 위기감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들으면 들을수록 힘 빠지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성과제, 쾌속 승진, 최연소 임원…. 듣기만 해도 신나는 말들이지만 내 얘기는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샐러리맨들이 느끼는 고용불안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오륙도’(56세까지 회사에 남아있으면 도둑), ‘사오정’(45세 정년)을 넘어 이제 30대 명예퇴직을 의미하는 ‘38선’까지 내려온 지 오래다.

이젠 승진이나 성공은 너무 먼 얘기가 돼 버렸다. 승진한다 해도 그다지 반갑지도 않다. 부하직원들이야 속 모르고 축하한다고 하지만, 당사자는 빨리 빨리 ‘부장’ 달고 나가달라고 재촉하는 소리처럼 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승진도 연봉 인상도 필요 없으니 그냥 잘리지만 않고 다녔으면 좋겠다”는 것이 요즘 30, 40대 봉급쟁이들의 소박한 희망이다. 그러나 아무리 소박하다 해도 조직이 봐줄 것 같지는 않다. 조직 논리는 냉정하고 비즈니스의 세계는 잔인하기까지 하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존 전략을 필요하다. 누가 더 치밀한 계략을 세웠냐에 따라 ‘내 책상의 존폐’가 결정된다.

기업의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구조조정이 필연적으로 인력 감축을 수반할 수밖에 없지만, 무조건 아무나 사람을 자르지는 않는다. 인사 담당자들은 “자를 사람은 정해져 있다”고 입을 모은다. 퇴출당하는 사람은 퇴출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그들은 “아무리 사업부를 축소하고 폐지한다 해도 정말 필요한 인재라면 어느 곳에라도 써먹지 내보낼 까닭이 있느냐”고 반문한다. 회사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을 예우 차원에서 계속 고용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이다. 기업은 자선단체도, 복지기관도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은 자선단체 아니다

사실 구조조정은 매우 발전적 개념이다.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고 기업을 가장 효율적인 조직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구조조정은 회사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이제는 개인에게도 절실히 요구된다. 자신의 업무 방식이 효율적이지 않다면 개선해야 하고, 성격이나 인간관계가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 과감하게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퇴출 대상자 명단에 오른 사람 가운데 상당수는 자신이 순진하게 정도(正道)를 걷다 뒤통수 맞았다며 조직에 배신감을 느끼곤 한다. ‘줄을 잘못 섰다’거나 ‘누군가 나를 해코지했다’고 믿고 싶어한다. 정말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는 나름의 전략이 있었을 것이다.

윗사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했을 것이고, 자신의 실적을 부각시키기 위해 아이디어를 찾았을 것이다. 같은 일을 해도 돋보이는 사람, 같은 말을 해도 더 신뢰가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슨 일을 맡겨도 믿음이 안 가는 사람, 주는 것 없이 괜히 미운 사람도 있다. 그 차이가 무엇일까?

조직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제각각이지만 ‘직장이 원하는 사람’과 ‘버리고 싶은 사람’은 늘 존재한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직장이, 상사가 원하는 사람으로 개조하려는 노력을 쉬지않아야 한다.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세월 따라 흘러가다간 자칫 집에서 애나 보는 신세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퇴출당한 후엔 아무리 변명해도 자신만 한심해지고 바보가 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퇴출당하지 않는 36가지 계략을 찾아보았다. 전문가들은 자신과 조직이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직장생활의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즉, 조직을 짝사랑하지 말고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며, 나의 빈자리가 크다는 점을 조직이 실감하도록 각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직장을 일자리가 아니라 삶의 터전으로 삼으라고 충고한다. 직장을 단순한 돈 버는 수단이 아니라 인생을 걸어볼 만한 꿈으로 키워보라는 얘기다. 그럴 가치가 없는 직장이라면 퇴출당한다 해도 아쉬울 것도 없다는 얘기다.

이런 퇴출당하지 않는 비법들이 정말로 효험이 있다면 이것은 결국 직장 내에서 승승장구하는 비결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승리하려면 살아남아야 하고 살아남는 자가 승리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 이임광·이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