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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중학생과 성관계 한 30대 여성 강사 법정구속

13세 중학생과 성관계 한 30대 여성 강사 법정구속
"13세도 성적 자기결정권" 주장에
재판부 "정당성 없는 핑계" 판단

 

2015년 3월 서울의 한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던 당시 31세의 여성 강사 권모씨는 만 13세인 중학교 2학년생 A군을 수강생으로 만났다. A군에게 학원 출석이나 숙제에 관한 메시지를 개인적으로 보내며 친근감을 표시하던 권씨는 그해 가을에 "만나보자", "같이 씻을까?"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18세 연하인 A군을 유혹했다. A군을 자신의 오피스텔로 불러들인 권씨는 A군과 네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 검찰의 공소장에 담긴 내용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A군의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해 권씨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에 대한 음행강요·매개·성희롱 등)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기소됐다.  

 

이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을 맡은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지난해 8월 권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20시간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권씨는 "서로 사랑한 나머지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성관계를 한 것이지 성적 학대가 아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인 인천지법 형사합의 3부(부장 김동진)는 지난 11일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뒤 권씨를 법정구속했다. 
 
권씨는 재판에서 "피해자는 만 13세 소년이기는 하지만 한 명의 인간으로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네 차례 성관계는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라 상호간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의 결과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군이 180㎝가 넘는 큰 키에 육체적으로 상당히 성숙했고, 선정적인 메시지를 보냈을 때 싫지 않은 내색을 했으며, 중학생들의 성관계 경험이 적지 않은 점에 비추어 중학교 2학년생의 성 경험이 큰 해악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권씨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피고인은 미성숙한 상태의 아동인 피해자의 의사나 성적 자기결정권을 핑계 삼아 자신의 성욕을 충족한 것에 대해 면죄부를 받을 구실로 삼으려는 행태로 정당성이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아동이 신체적·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성적 정체성 및 성적 자기결정권을 발견해 나가며 공동체 구성원들과의 상호관계를 조화롭게 이해하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게 아동복지법의 입법 취지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학원 강사인 권씨처럼) 피해 아동을 보호해야 할 관계에 있는 경우, 그런 신분이나 지위에 있는 성인이 인적관계를 이용해 아동의 정체성 형성과 인격 발달을 저해하는 음란 행위를 시키거나 성희롱 등을 했다는 것에 불법의 본질이 있는 것"이라며 "피해자의 육체적 성숙도나 내색 등은 범죄 성립이나 죄의 경중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권씨가 내세운 중학생 성 경험 통계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아동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강조하기 보다는 아동에 대한 성적 착취나 학대를 금지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유엔 및 선진국의 동향"이라며 "(성 경험 통계는) 사회 현상을 보여주는 자료일 뿐 18세의 연령차가 나는 교육자와 아동 사이의 성관계를 정당화하는 구실로 삼을 수 없다”고 판결문에 적었다.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성인을 처벌하는 법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특례법)이 있다. 피해자의 연령에 따라 13세 이상 19세 미만의 경우 아청법을, 13세 미만의 경우 성폭력특례법을 적용한다. 하지만 두 법률 모두 가해자가 성관계를 하기 위해 폭행·협박을 했다거나 최소한 위계·위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입증돼야 적용할 수 있다.    
 
피해자인 미성년자와 가해자가 모두 "사랑해서 한 성관계"라고 주장할 경우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형법상 '미성년자의제강간죄'(3년 이상의 징역)와 아동복지법 위반(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뿐이다. 그런데 미성년자의제강간죄는 피해자가 13세 미만일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권씨를 기소했다. 아동복지법에서는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아동'으로 규정한다.  
 
임장혁·문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