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금 세상은/화제거리

트램, 국내서도 달릴 수 있을까

트램, 국내서도 달릴 수 있을까

공기 오염 적고 공사비 덜 들어
국회·지자체, 트램 도입 적극적
정부, 교통체증 등 우려 시큰둥

 

 

수도권·제주 등을 중심으로 아스팔드 도로 위를 달리는 노면 전차(트램)를 도입을 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28일엔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트램 도입을 검토하겠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런 주장은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물밑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시큰둥하지만, 지방자치단체와 국회의원들은 적극적인 모습이다.

트램은 장점이 많은 교통 수단이다. 전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공기 오염이 적고, 공사비가 km당 200억원도 채 안 된다. 땅을 파거나 구조물을 세워야 하는 지하철(1300억원)이나 경전철(500억~600억원)보다 훨씬 저렴하다. 또 트램길을 중심으로 도로·블록이 발달하기 때문에 사람이 몰려 상권도 좋아진다. 이 때문에 샌프란시스코·홍콩·파리 등 세계적인 관광지에서도 트램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장점 덕에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트램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현재 트램이 설치된 세계 도시는 150~200개, 노선은 400개 정도다. 만약 트램 설치가 본격화하면 치열한 수출 시장에만 매달리던 현대로템·우진산전 등 국내 제조사들도 내수 시장으로 숨을 틔울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트램이 현실적 한계를 뚫고 우리 생활 곁으로 다가올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한국의 꽉 막힌 도로 사정과 빌딩숲을 고려하면 트램이 들어설 자리가 없어서다. 현재 국회는 노면전차가 다닐 전용도로를 설치하는 내용의 도시철도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자동차 도로에 버스중앙차로처럼 트램전용로를 만들겠단 뜻이다.

그러나 줄인 차선만큼 교통 정체는 더욱 심해지기 때문에 자칫 출퇴근 시간대 트램이 꼬리를 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곽재호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단장은 “사업타당성조사 결과 도로가 줄어들게 돼 공공이익과 편의를 위해 설치하는 취지를 살리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램이 다닐 때 차량 통행을 통제하는 방법도 있지만, 교차로의 체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트램전용 도로를 추가로 건설하잔 주장도 나오지만, 막대한 공사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현실성은 떨어진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트램 3법’으로 불리는 도시철도법과 철도안전법·도로교통법을 개정해 트램이 막힘 없이 다닐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단 계획이지만, 3법이 통과되도 트램의 현실적 제약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트램이 2000년대 중반 인천·용인시 등이 도입했다가 막대한 재정적자를 남긴 경전철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경전철은 국회와 지자체가 지역 표심을 의식해 불을 지폈다는 비판이다.

경기도에서 계획 중인 트램의 공사 구간만 해도136㎞에 달한다. 서울지하철 2호선(60.2㎞)의 2배 길이다. 비용도 최소 3조~최고 6조원에 달해 공사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를 두고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을)은 “수도권 인구가 크게 늘고 있어 친환경 대중교통을 도입하겠단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김유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