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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과 유혹/연예소식

소녀들 사진 보려고 샀을까, 음악 신선해서 골랐을까

소녀들 사진 보려고 샀을까, 음악 신선해서 골랐을까
편집 음반 ‘순수’ 판매 2위 올라
“가요시장 활로 열 새 마케팅” 평가
“선정적 화보에 끼워팔기” 비판도


A4 용지 크기의 사진집 표지에 볼이 발그레한 소녀 둘이 끌어안고 섰다. 짧은 체육복 바지 차림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소녀들의 시선이 무표정한 듯 몽환적이다. 사진집 안의 수위는 좀 더 올라간다. 속옷 차림의, 앳된 얼굴의 소녀들이 앉거나 누워 있다.

 

 

사진작가 로타가 작업한 소녀들의 사진집과 음악이 어우러진 컴필레이션 앨범 ‘순수’. [사진 소니뮤직]

 

 표지 하단에 적혀 있는 ‘소니 뮤직’ 로고가 이 사진집의 정체성을 알려준다. 24일 발매된 컴필레이션 앨범(편집 음반) ‘순수’다. 사진작가 로타의 72페이지 사진집에 총 33곡이 수록된 CD 2장이 담겼다. 칵테일 파티에 어울릴 법한 라운지 음악이 주를 이룬다. 여성 보컬이 대다수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음반 소개글은 이렇다. ‘로타 특유의 감성으로 담아낸 소녀들의 다양한 사진들 … 화보와 음악이 이끌어내는 새로운 떨림.’

떨림은 통한 듯하다. 발매 전부터 온라인 사전 예약 판매 1위에 오르더니, 발매 후 6월 넷째 주 음반 종합 베스트 2위(예스 24)를 차지했다. 신인 걸그룹 구구단의 첫 미니앨범(3위)과 엑소의 3집(7위)까지 제쳤다. 1위는 태연의 미니 앨범 2집이다. 소니 측은 ‘순수’의 판매 목표량을 5000장으로 잡고 있다. ‘순수’는 해외 유명 뮤지션의 음반(CD)도 1000장이 안 팔리는 국내 음반 시장의 히트작이자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우선 로타의 사진 이미지 탓이다. 그가 지난해 발매한 비슷한 컨셉트의 사진집 ‘소녀들’은 1만 부가 넘게 팔렸다. 이 사진집으로 그는 미소녀 전문 사진가로 유명세를 탔다. 걸그룹 스텔라의 앨범 자켓 사진 작업도 했다.

‘로리타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사진가라는 꼬리표도 달렸다. 미성년자를 모델로 쓰지 않는다지만, 그의 작업은 여전히 논란을 부른다. 이번 ‘순수’ 앨범을 놓고서 “소녀애를 내세운 선정적인 화보집에 음악을 끼워팔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제 음반은 청취용이 아니라 소장용이다. 음악 마케팅이 아니라 상품 마케팅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음악평론가 김작가), “2000년대 초반에는 ‘이미연의 연가’같은 컴필레이션 앨범이 인기를 끌었듯 ‘순수’는 2016년 트렌드에 발맞춘, 영민한 기획 앨범이다”(음악평론가 김윤하).

평단은 고육지책으로써 이 앨범의 의미를 평가하는 분위기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와 엮이지 않고서 음악 자체만으로 알려지기 힘들고, 음반은 더 안 팔리는 요즘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니 뮤직 측은 “트렌디하면서 덜 알려진 곡을 선곡해 해설을 곁들였다. 사진 때문에 샀더라도 음악도 재발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로타는 “다음달 말 ‘순수’ 앨범 사진 전시회를 연다”고 말했다. ‘로리타’ 이슈 관련 그는 “의식해서 작업하지 않더라도 코드는 있을 수 있고, 이미 대중문화 속에 다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간 드러내지 않아 공격받지 않았던 것이고 나는 그것을 재해석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내가 찍었지만 요청에 따라 밝히지 않은 걸그룹 사진도 꽤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