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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대역 ‘변태’ 잠실역 ‘취객’ 강남역 ‘절도’ 조심하세요

교대역 ‘변태’ 잠실역 ‘취객’ 강남역 ‘절도’ 조심하세요

 

 

지하철 범죄 지도

 

 

지난 6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교대역의 한 승강장. 인파가 몰리는 퇴근길에 한 30대 남성이 직장인 김지희씨(여·가명)를 따라붙었다. 사람이 몰려 혼잡한 틈을 타 이 남성은 전동차 안에서 김씨에게 밀착했고,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김씨 엉덩이를 더듬거렸다. 이 남성은 현장에 있던 사복 경찰에 붙잡혔다. 강남역 방향으로 전동차가 출발한 지 불과 1~2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김씨가 성추행을 경험한 교대역에서 지난 3년간 발생한 범죄는 총 153건(서울지방경찰청 추산)에 이른다. 출퇴근길을 비롯해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역사일수록 폭력, 절도 등 각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봄철을 맞아 옷차림이 가벼워지면서 ‘지하철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범죄 많은 10곳 중 5곳이 강남

14일 江南通新은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범죄유발 지역·공간에 대한 위험성 평가도구 개발·적용 및 정책대안에 관한 연구’(지하철 역사 범죄위험성 평가 및 정책대안 연구)에 나온 지하철 범죄를 지역별로 추려 분석해봤다.

 보고서는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지하철 역사를 폭력, 성폭력, 절도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발생 빈도(2009~2012년)에 따라 나눴다. 그 결과, 두 가지 유형 이상 범죄 발생률이 높은 지역은 강남·건대입구·고속터미널·교대·구로·대림·사당·서울·서초·잠실역 등 총 10곳이었다. 이 가운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에 위치한 역사가 5곳이었다. 강남·고속터미널·교대·서초·잠실역이다.

 보고서의 저자인 이경훈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는 기자와 만나 “유동인구와 환승역이 많을수록 범죄 발생률이 높다”며 “상업시설이 몰려있어 금전적 여유를 갖춘 직장인이 많은 강남권 특성상 성범죄나 절도가 자주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대조적으로 강북의 종로3가역은 노인이 많은 탑골공원이 위치해 비슷한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교대역, 최다 범죄 발생 지역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최다 범죄 발생 지역은 교대역이다. 2·3호선이 교차하는 교대역은 지하 2층에서 3층으로 내려가는 환승 계단에서 범죄가 자주 발생했다. 특히, 출퇴근시간에 이용객이 혼잡해지면서 성범죄 가능성이 높았다. 출근시간은 2호선 강남역 방면 승강장 등이, 퇴근시간에는 2호선 서초 방면 승강장이 사람이 몰려 혼잡했다. 또 기둥이 많아 시야 확보가 어려운 3호선의 섬식 승강장도 범죄가 자주 발생했다.

 주변 환경도 요인이다. 강남권 역사에서 가장 넓은 지하상가인 ‘강남역 지하쇼핑센터’(1만2099m²)가 위치한 강남역은 일일 승하차 인원이 20만5603명(2013년 기준)으로 시내 지하철역 가운데 가장 많다. 쇼핑객과 지하철 이용객이 동시에 몰리는 대합실에서 일어나는 범죄가 대부분이다. 주요 범죄 발생 지역은 커피숍과 먹자골목이 위치한 10~12번 출구였다. 지난 3월에는 강남역 한 대합실의 물품보관함에서 10만원 상당의 물품을 훔친 60대 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또 잠실역은 공간(1만224m²·평균 층 면적)이 넓고 쾌적해 승강장에서보다는 취객에 의한 범죄가 많았다. 각 출구 전면에 무허가 점포가 위치해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았다.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의 한 수사대 팀장은 “고속터미널역은 버스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등 인근 상업시설로 몰리는 관광객과 쇼핑객이 피해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환승구간이 없는 삼성·신천·압구정역은 상대적으로 ‘범죄 청정’ 지역으로 나타났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특히 삼성역은 상업시설인 코엑스의 대형 지하주차장이 유동인구를 일부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전히 부족한 지하철경찰대

지난 7일 오전 기자는 서초·교대·양재역을 비롯해 12개 역사를 관할하는 지하철경찰대 교대역 출장소를 들려봤다. 지하철경찰대에 소속된 경찰은 한 출장소당 3교대(일근·종일근무·비번)로 2인 1조가 근무한다. 이날 출장소에서는 2인 1조 가운데 한 명이 사격 훈련을 나가 한 명뿐이었다. 단 한 명(경위급)이 유동 인구 수십만 명에 이르는 역사를 맡는 셈이다. 당시 근무 중이던 경찰은 관할 역사가 아닌 사당역에서 순찰하고 있었다. 한 지하철경찰대 관계자는 “일년에 한두 번 있는 사격훈련”이라며 “해당 경찰은 타 노선 구간의 경찰과 합동 근무를 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을 비롯한 관리 인력을 효과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경훈 고려대 교수는 “(강남권을 비롯해) 이용객이 많은 역사에 인력을 증원하거나, (출·퇴근 등)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와 장소에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익훈 지하철경찰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역사에 인접한 일선 경찰서, 지하철보안관과 수사 협조를 해왔다”며 “올 하반기에 강남권 경찰센터를 증설할 계획인데 강남역에 설치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현재 지하철경찰대의 인력은 지난해 102명에서 올해 162명으로 늘어났고, 올해 하반기에 20명을 추가로 증원할 계획이다.

글=조진형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