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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연금도 '독립' 못하는 20대

건보·연금도 '독립' 못하는 20대

미취업 자녀의 국민연금 대납해주는 부모 크게 늘어
20대 건보 피부양자 262만명 2007년보다 12%↑사상 최대

 

 

김모(76)씨는 지난달부터 20대 중반 아들의 국민연금 보험료(약 36만원)를 내주고 있다. 아들이 자영업을 하는데 장사가 안 돼 보험료를 낼 형편이 못 돼서다. 김씨는 “아들에게 용돈을 줘 봤자 써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에 연금 보험료를 내주는 게 멀리 봐서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아들을 가입시키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이모(50)씨는 최근 입대한 아들(21)을 위해 국민연금에 들어주기로 했다. 그는 “아들에게 용돈 주는 셈 치고 월 20만원가량의 보험료를 내주려 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20대 자녀를 위해 국민연금을 대신 들어주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20대 자녀가 부모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남아 있는 경우도 사상 최다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이후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20대가 부모 품을 좀처럼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26세 이하 국민연금 임의가입자가 331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가 2601명으로 여자(1250명)의 두 배에 달한다. 1년 전 3102명에 비해 6.7% 늘었다. 18~26세에 소득이 없으면 국민연금 가입 의무가 없는데도 임의로 가입한 사람들이다. 연금공단 가입자지원실 정정태 차장은 “20대 임의가입자는 실업 상태이거나 학생·군입대자가 대부분”이라며 “이들은 소득이 없기 때문에 부모가 보험료를 대신 내준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자식 연금을 들어주는 이유는 국민연금의 괜찮은 수익률 때문이다. 평균 낸 돈의 1.8배를 돌려받는다. 장애가 생기면 평생 장애연금이, 불의의 사고로 숨지면 유족연금이 나온다. 오래 가입하면 연금액이 올라가는 점도 장점이다. 가령 9만원의 월 보험료를 25년 내면 월 39만원, 40년 가입하면 62만원이 나온다.

 연금공단 김선규 본부장은 “1995년 농어민에게 국민연금을 시행할 때 자녀들이 부모 연금을 들어줬는데, 요즘은 자식들의 취업이 안 되는데다 연금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미리 자녀 연금을 들어주는 부모가 꽤 늘었다”고 말했다.

 부모라는 둥지를 떠나지 못하는 20대는 건강보험증의 피보험자란에서 확인된다. 석사 출신인 허모(26·여)씨는 취업 준비생이다. 스트레스·결식·운동부족 등으로 두통·위염 때문에 수시로 병원을 찾는다. 건강보험은 직장인 아버지에 피부양자로 얹혀 있다. 허씨는 “취업하면 건보 가입자가 되고 병도 다 나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다.

 지난해 20대 건보 피부양자가 2004년 이후 가장 많다. 상당수는 고교나 대학 졸업 후 부모의 피부양자로 계속 올라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피부양자는 262만4603명이다. 2007년 이후 11.7%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20대 직장건보 가입자는 4.6% 줄었다. 취업자가 계속 줄어든다는 뜻이다. 2011년까지 20대 직장건보 가입자가 피부양자보다 많았으나 2012년 역전되더니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부모의 자녀 연금 챙기기가 계층 격차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경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모의 소득 격차가 자녀한테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 창업 기회를 늘리고, 내실 있는 청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