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도 뒤집었다, 역전의 여왕
김세영 바하마클래식 우승
태권도로 다부진 하체·배짱 키워
연장서 유선영·주타누간 따돌려
마지막 날 꼭 빨간바지 “기운 솟아”
통산 6승 모두 짜릿한 역전승
“역전승의 비결이요? 빨간 바지지요. 하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역전 우승한 김세영(22·미래에셋)은 우승의 비결을 묻자 대뜸 빨간 바지 이야기부터 꺼냈다.
김세영은 2013년 4월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18번홀 이글로 역전 우승을 한 것을 포함해 국내에서 거둔 5승을 모두 빨간 바지를 입고 달성했다. 다섯 번 모두 역전승이었다. 그래서 빨간 바지는 김세영에게 ‘행운의 상징’이 됐다.
김세영은 “빨간 바지를 입으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기운이 샘솟는다. 그래서 마지막 날엔 무조건 빨간 바지를 입는다”고 했다.
빨간 바지의 기적이 태평양을 건너서도 이어졌다. 김세영은 9일(한국시간) 바하마의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오션클럽 골프장에서 열린 바하마 클래식 4라운드에서 5타를 줄였다.
최종 합계 14언더파로 유선영(29·JDX), 아리야 주타누간(20·태국)과 함께 공동선두에 오른 김세영은 연장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신인으로서 LPGA 투어 2개 대회 출전 만에 거둔 첫 승이다. 우승 상금은 19만5000달러(약 2억1200만원).
김세영은 친구들 사이에서 ‘대박이’ ‘김로또’로 불린다. 그는 2013년 9월 한화금융 클래식에서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에게 6타 차까지 뒤졌다가 샷 이글과 홀인원으로 역전 우승했다.
홀인원 순간 “대박”이라고 소리친 게 TV에 중계되면서 ‘대박이’란 별명이 붙었다.
시즌 개막전인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서 8오버파로 컷 탈락한 김세영은 일주일만에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썼다. 김세영은 “첫 대회에서 100위 밖으로 밀려났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김세영은 태권도 선수 출신 아버지의 권유로 어려서 태권도를 수련했고, 남다른 배짱을 키웠다. 키 1m63cm로 큰 편이 아니지만 태권도(공인 3단)로 다져진 다부진 하체에서 270야드 안팎의 장타를 뿜어낸다.
김세영의 배짱은 마지막 날 빛을 발했다. 15번 홀까지 선두 유선영에 1타 뒤졌던 김세영은 가장 어려운 16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가 덤불에 빠지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침착한 어프로치로 파 세이브를 했다.
김세영은 “공이 덤불에 완전히 묻혀 있었다. 56도 웨지를 잡고 하늘을 보고 치라는 캐디의 말대로 쳤는데 홀 2m 거리에 붙었다. 생전 처음 해 보는 샷이었다”고 말했다.
18번 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전에서는 드라이버로 과감하게 티샷을 한 뒤 3번 하이브리드로 공을 그린 오른쪽 프린지에 떨어뜨렸다.
반면 유선영의 두 번째 샷은 벙커에, 주타누간의 샷은 벙커 옆 러프에 빠졌고, 승부는 거기서 사실상 끝났다. 김세영은 “연장에 들어갈 때부터 우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샷 감각이 좋아 1번홀부터 ‘우승하면 어떻게 인터뷰를 할까’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세영은 항상 운이 따르는 선수는 아니었다. 2009년 김영주여자오픈에선 6홀을 남기고 2타 차 선두를 달리다 티샷한 공이 페어웨이 를 가로지르는 카트도로에 맞고 아웃오브바운스(OB) 구역에 빠지면서 우승을 놓쳤다. 이후 지독한 드라이버 입스(Yips·불안증)에 걸려 3년 넘게 고생했다.
김세영은 “길게 보면 운은 공평한 것 같다. 행운만 따른다면 인생이 재미없을 것이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묵묵히 노력하다 보면 행운이 찾아오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 선수 승승장구=지난주 최나연(28·SK텔레콤)에 이어 한국 선수가 올 시즌 LPGA 투어 2개 대회를 휩쓸었다. 최근 21개 대회에서는 12승(57%)을 거뒀다. 미셸 위(26·미국), 리디아 고(18·뉴질랜드) 등 한국계를 포함하면 16승(76%)이나 된다. 바하마 클래식에서는 김세영을 비롯, 유선영·박인비(27·KB금융그룹)·대니얼 강(23)까지 한국(계) 선수 4명이 공동 5위 안에 들었다. 공동 5위 박인비는 LPGA 누적 상금 1000만달러를 돌파(1002만달러)했지만 세계랭킹 1위를 탈환하지는 못했다. 명문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한국계 신인 켈리 손(23)은 10언더파 공동 11위에 올랐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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