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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조코/우리아이들

일반고 위기 … '학생부'도 밀린다

일반고 위기 … '학생부'도 밀린다

'교내스펙' 올 대입 비중 큰데
동아리, 자사고의 절반 안 돼
일반고 30% 경시대회 1개뿐
"입시 변화 못 따라가 불이익"

 

 

지난 20일 서울 은평구 하나고 아트센터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이 학교 학생들이 오케스트라·합창·가야금 연주 등 공연을 했다. 음악·미술·체육 수업을 매주 4차례씩 하며 익힌 ‘1인(人) 2기(技)’를 학부모들에게 선보인 자리였다. 학교 측이 마련한 향후 일정도 빼곡하다. 7월 수학의 날·국제학술심포지엄, 8월 역사·경제의 날, 9월 토론대회, 11월 영어의 날· 학술제·과제연구 발표회 등이 이어진다. 학생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교내 스펙’을 쌓는 것이다.

서울 강서구 한 일반고는 전혀 딴판이다. 댄스 등 취미 관련 동아리가 있지만 교과 관련 동아리는 거의 없다. 이 학교 교장은 “학업에 관심이 없는 학생이 많고, 동아리 활동을 하겠다는 학생도 별로 없다”며 “교내 과학·영어경시대회가 있지만 잘 운영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대학 입시가 고교 내부 활동이 중요해지는 쪽으로 바뀌고 있지만 학교별 프로그램의 격차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대입전형 간소화 정책에 따라 대학들은 동아리 활동이나 교내 수상 실적 등을 보는 수시모집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특히 교육부가 올해부터 자기소개서나 교사추천서에 교외 수상실적 등 ‘외부 스펙’을 적으면 0점 처리하기로 해 교내 활동이 입시의 핵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특목고나 자사고에 비해 일반고(전국 1525개)의 여건은 열악하다. 올해 처음으로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 입학생 중 일반고 출신이 절반 아래로 떨어질 정도여서 ‘일반고 위기’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본지가 학교알리미사이트 공시 내용을 조사한 결과 전국단위 자사고인 용인외대부고는 교내 동아리 수가 188개였다.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동아리 50개 외에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만든 동아리만 138개나 됐다. 자율 동아리는 중국문화반·경제경영수학토론반 등 종류도 다양했다. 반면 서울 강서구 한 일반고는 창체활동 동아리만 35개 있을 뿐 학생 자율 동아리가 하나도 없다. 학생 100명당 평균 동아리 수도 서울 일반고(3.2개)에 비해 특목고(7.7개)와 전국단위 자사고(8.1개)가 두 배 이상 많았다.

 일반고 간 격차도 컸다. 입시업체 하늘교육이 서울 일반고 149곳의 교내 경시대회 현황을 조사했더니 양천고는 영어·과학·국어·수학 등 20개를 운영하고 있었다. 반면 44개 일반고(29.5%)는 한 개만 실시하는 것으로 나왔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대입이 수시 위주로 바뀌고 학생부에 담기는 교내 활동을 대학이 중시하면서 특목고·자사고는 진작부터 교내 프로그램을 늘려왔다”며 “하지만 일반고는 입시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고는 올해 서울대에 66명을 합격시켰는데, 이 중 58명이 수시로 들어갔다. 외대부고도 96명을 서울대에 합격시켰 다. 주부 김모(45·서울 양천구)씨는 “일반고에 다니는 아이가 이과인데 과학탐구 동아리가 없어 일본어 동아리에 가입했다”며 “특목고나 자사고에 보내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글=김성탁·천인성·신진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