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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기자, 인터넷카페 셀프소개팅 체험 ‘쪽지 밀물’

女기자, 인터넷카페 셀프소개팅 체험 ‘쪽지 밀물’

"안녕하세요? 저는 29살 직장인입니다. 강남에 있는 대기업에 취업 예정입니다. 담배는 안 피고 무교입니다. 맥주도 잘 마시고요."

요즘 인터넷카페에서 유행한다는 '셀프소개팅' 코너에 기자가 '맥주를 함께 마실 남친 찾는다'고 프로필을 올리자 3분 만에 14명의 남자에게서 날아온 쪽지의 일부다. 하루가 지나자 62명의 남자로부터 온 쪽지가 메일함 가득 쌓였다. 셀프소개팅의 위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셀프소개팅이란 자신이 소개팅의 모든 과정을 혼자하는 새로운 소개팅이다. 해당 게시판에 프로필을 올려 자신을 소개하고 맘에 드는 상대를 직접 골라 만남까지 결정하는 것. 이 게시판에서는 성격·외모·직업 뿐만 아니라 흡연 여부·주량·종교·가정 분위기 등을 올려 맘에 드는 회원과 쪽지나 댓글로 1차 연락을 주고 받는다. 여기서 맘에 들면 휴대전화번호를 교환하는데 요즘은 번호를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되는 SNS 메신저 '카카오톡' 등이 선호된다.

◇맥주 마실 남친 찾자 62명이 '만나자'

기자도 일반 회원들처럼 프로필을 올리자 남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서울 거주자 외에도 '차를 몰고 가면 40분 내 홍대 도착 가능'한 남자와 KTX를 타고 오겠다는 충청남도 거주자도 있었다. 의료 전문직 종사자·상암동 대기업 남·S전자 대기업 영업지원은 물론이고 한 인터넷신문사의 기자에게서도 쪽지가 왔다. 또 대기업 근무 예정이라고 구구절절 사연을 밝힌 이도 있었다.

키가 180㎝를 넘는 경우에는 '안녕하세요'란 인사말 뒤에 바로 키를 명시했다. 차가 있음을 알리고 싶을 때는 '드라이버'를 즐긴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하루동안 받은 쪽지 중 맘에 드는 프로필을 가진 몇몇 사람과 카카오톡 아이디를 교환했다. 기자임을 밝히지 않고 대화를 나눴고, 생각했던 것과 다를 때는 서로 불편함 없이 도중에 이야기를 끝냈다. 대기업의 영업직원이라는 A씨와는 다음주 주말에 직접 만나자는 제안이 왔다. A씨는 그 전에 사진 교환을 제의했다. 얼굴을 보는 거냐는 질문에 '느낌을 보려고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밤이 늦었으니 내일 연락을 하자고 하고 채팅방을 나왔다.

◇인기녀·인기남 비법은

댓글이 많이 달린 글을 살펴보니 여자의 경우 '나이'가 주효했고, 남자는 '스펙'이었다. 여자들은 키와 체형, 이미지를 상세히 묘사했지만 나이가 26세 이하인 경우에는 관계없이 댓글이 많이 달렸다. 남자는 자신의 기업을 은근슬쩍 드러내거나 '남자답다' '180㎝'를 덧붙이면 인기가 높았다. 물론 자신의 취향이나 성격 등을 자세히 나타낼수록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기가 쉽다.

◇익명의 상대…사기 우려

그러나 쪽지나 대화로 오고 가는 내용이 전부 사실인지 확인이 어려워 사기를 당할 우려도 있다. 이름과 직장을 속여도 알 길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페 운영자측은 자작글이 밝혀진 경우 활동을 정지시키겠다고 공지문을 띄우기도 했다. 진실한 만남보다 가볍고 학력·스펙만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아이디가 'Ry*****'라는 네티즌은 '여기도 스펙이 중요하다'라며 '연애하려면 좋은 회사부터 들어가야 겠다'고 지적했다.

손예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