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선거 왜 이래… 폭행·성추행 등 비방전 얼룩
올해도 대학 총학생회 선거가 비방전으로 얼룩지면서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30일부터 투표가 진행 중인 한양대에서는 총학생회 선거운동 기간에 ‘ㅎ선거운동본부(선본)의 실상을 파헤칩니다’라는 대자보가 게시돼 논란을 빚었다. 작성자가 불분명한 이 대자보에는 ㅎ선본이 “종북정치단체(민주노동당을 지칭)에 연루”됐으며 “타 선본 매수 시도” 등을 했다고 적혀 있었다. 작성자는 관련 녹취록을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리는 등 기성 정치인 못지않은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이 대학 캠퍼스에 출동하는 일도 벌어졌다. 발단은 지난 26일 한양대 학생 손모씨가 ㅅ선본을 찾아와 “홍보물의 정치색이 짙다”며 항의한 것이다. 이후 손씨는 부총학생회장 후보 이모씨와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벌이다 옆에 있던 책상 위에서 식칼을 발견했다. 위협을 느낀 손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학생처 직원까지 뒤엉키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씨가 “식칼은 김치를 썰기 위해 놔둔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사건은 봉합되는 듯했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건 직후 손씨의 친구가 한양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ㅅ선본 후보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고 선본에 대한 원색적 비난 댓글이 이어진 것이다. 해당 선본에서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자신들의 벽보와 현수막 등 홍보물이 계속 훼손돼왔던 점 등을 들어 경쟁 후보 측에서 댓글을 집중적으로 올린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 당국에 폐쇄회로(CC)TV 영상 열람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지난 29일 선거를 마친 연세대에서는 한 총학생회장 후보가 성추행을 했다는 주장이 대자보를 통해 제기되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적 공작’ 가능성 때문에 게시 1시간여 만에 대자보를 긴급 수거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후보는 결국 낙선했지만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아 후유증이 남은 상태다.
전남대에서는 지난 24일 투표를 마쳐놓고도 한 후보의 허위 경력 기재 의혹으로 개표가 나흘간 연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고교 시절 학생회장 경력을 놓고 논쟁이 벌어진 끝에 당사자가 고교 생활기록부와 담임교사의 사실 확인서를 선관위에 제출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한양대생 장보람씨(21·사회과학부)는 “낡은 정치를 비판하던 대학생들이 기성 정치인들의 폐단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 선거판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선거 자체에 대한 회의가 사회 진출 이후에도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 경향닷컴 정환보·류인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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