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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전자발찌도 끊겼다… 성범죄 전과자 또 도주

신형 전자발찌도 끊겼다… 성범죄 전과자 또 도주

 

성범죄자들이 ‘전자발찌’를 떼내고 달아나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법무부는 전자발찌 훼손을 막기 위해 한층 더 강화된 소재로 만든 제품을 이달부터 도입했지만 최근 이마저 절단된 사례가 발견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진경찰서는 29일 성범죄 전과자 여모씨(40)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발목에서 떼어내고 달아났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여씨는 지난 28일 오후 8시30분쯤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여관에서 전자발찌를 끊고 창문을 통해 도주했다. 법무부 보호관찰소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전자발찌는 훼손된 채 침대 위에 놓여 있었다.

2008년 9월 성폭력 전력자의 재범 방지를 위해 전자발찌가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전자발찌를 절단하거나 절단 후 도주한 경우는 총 15명에 이른다. 특히 최근 들어 전자발찌를 훼손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부산지검은 전자발찌를 절단하고 도주한 혐의로 박모씨(26)를 구속 기소했다. 지난달 14일에는 ‘착용한 전자발찌가 불편하고 다리를 찌른다’는 이유로 전자발찌를 훼손한 김모씨(29)가 부산 동래경찰서에 붙잡혔다.

전자발찌를 훼손한 성범죄 전력자들은 나중에 모두 붙잡혔지만 전자발찌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이 때문에 법무부는 이달부터 더욱 강화된 소재로 만든 신형 전자발찌를 일선에 보급했다.

신형 전자발찌는 장치와 발목을 연결하는 스트랩 안에 스프링강(鋼)을 넣어 가위로 쉽게 절단할 수 없도록 했다. 신형은 우레탄 재질의 구형 발찌에 비해 4배 이상의 강도를 지녔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에 여씨가 끊고 달아난 전자발찌가 바로 이 신형이었다. 신형 전자발찌도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절단이 가능한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경찰에 따르면 여씨는 전자장치와 발목을 연결하는 부분을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해 분리한 뒤 달아났다. 여씨가 훼손한 신형 전자발찌는 현재 전국적으로 300명의 성범죄 전력자에게 부착돼 있다.

강호성 법무부 보호관찰과장은 “신형 전자발찌는 줄과 연결부위(고정피스) 모두 스프링강으로 강화한 것인데, 여씨는 고정피스 부분을 훼손했다”면서 “우리도 고정피스를 날카로운 것으로 훼손 가능한지 시험해봤는데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제품 불량이 원인인지, 전자발찌를 채우는 과정에서 직원이 실수를 한 것인지 조사 중”이라며 “신형 전자발찌 착용자 300명 전원에 대해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향신문 & 경향닷컴  백승목·황경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