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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조코/세상은 이렇게

中,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퍼컴퓨터 개발

1초에 2천500조(兆)번 연산…종전 대비 40% ↑

중국이 1초에 2천500조(兆) 번의 연산처리 기능을 가진 수퍼컴퓨터를 개발했다고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는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진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의 수퍼컴퓨터 `재규어`보다 40% 빠른 것이다. 재규어는 1년에 두 번 평가하는 `가장 빠른 수퍼컴 500대`에서 지난 6월 1위였다.

이 수퍼컴퓨터(모델명 Tianhe-1A)는 중국 국방과학기술대학이 개발하고 천진시에 있는 국립 수퍼컴퓨터센터에 설치돼 이날 공개됐는데, 미국 엔비디아의 그래픽칩을 사용한 게 독특한 점이다. 인텔 칩도 같이 사용했다.

고연산 수퍼컴퓨터는 복잡한 연산이 필요한 과학 문제, 신약 개발, 무기 디자인, 암호 해독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컴퓨터다.

그동안 이 분야는 미국 기업과 국립 연구소에 의해 주도돼왔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퍼컴퓨터 상위권을 미국이 차지해왔다.

이번 중국의 초고성능 수퍼컴퓨터 개발은 이 분야에서 향후 중국이 기술주도권을 가질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미국 테네시 대학의 교수이자 오크리지 연구소의 스탭인 잭 돈가라는 "중국에서 이 수퍼컴퓨터의 실행능력과 파워에 근접하는 어떤 시스템도 모른다"며 이 수퍼컴의 위력에 대해서 평가하였다. 그는 지난 주 천진에서 이 시스템을 둘러봤고, "감동적"이라고 느낌을 말했다.
사실 중국이 이런 수퍼컴을 개발할 지는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중국은 이미 지난 6월에 발표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퍼컴퓨터 500대 가운데 24대를 갖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와 인텔 칩을 사용한 `네뷸래(Nebulae)`라는 이름의 수퍼컴퓨터는 6월 조사에서 2위를 차지했다.

돈가라와 다른 연구원들은 "이 수퍼컴은 중국이 과학 컴퓨팅 분야의 리더가 되는 신호탄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2000년대초 일본이 했던 것과 비슷하다. 당시 일본은 이 분야 1위의 수퍼컴퓨터를 선보였고 미국의 투자를 촉발시켰다.

로렌스 리브모어 국립연구소의 마크 시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런 현상에 대해서 "고성능 수퍼컴 시장의 분위기를 바꿀 만한 것"이라며 "경제 주도권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옮겨지는 징후"라고 말했다.

일본은 `어스 시뮬레이터`(Earth Simulator)라는 수퍼컴에서 대부분의 부품을 자체적으로 만들었었다. 그러나 천진 시스템의 대부분의 부품은 미국 산타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와 인텔의 칩을 사용하였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비슷한 걸 금방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이 일부 있다.

그러나 천진 시스템을 목격한 돈가라 교수는 "천진 시스템에 들어가는 통신칩은 중국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이며, 중국은 자체 연산칩도 개발하고 있다"고 말해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더구나 일본 `어스 시뮬레이터`가 단일 기계인 것과 달리 천진 시스템은 군과 민간의 수퍼컴퓨터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중국의 장기 전략에 의해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가볍게 볼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미국)=이균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