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졸업 사법연수생 44%가 직장 못 구해
취업률 4년 전보다 10%P 뚝 … 일반회사 가도 과장 대신 대리 대우
변호사 사무실선 사무장이 면접, 심리적 월급 하한 500만원도 깨져
수료생 44.4%가 취업을 하지 못한 ‘취업난’ 속에 제39기 사법연수원 수료식이 13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렸다. 예비 법조인들이 상을 받는 동기생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김태성 기자] | |
13일 오후 2시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 대강당. 39기 연수원생 978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수료식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이 축사 도중 법조인들의 ‘낮아진 위상’을 언급하자 일부 연수원생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날 연수원을 수료한 20대 후반의 A씨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상태다. 그동안 20여 곳의 법무법인에 지원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A씨는 얼마 전 한 변호사 사무실에 면접을 보러 갔다. 하지만 변호사 대신 사무장이 면접을 했다. 사무장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월급은 400만원이면 되지 않겠느냐”고 물어와 그냥 사무실을 나왔다고 했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법조계에도 불황이 이어지면서 변호사 신규 채용인원이 대폭 준 것이다. 사법연수원 측은 “중소형 로펌과 정부기관·기업 등에서 신규 변호사를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 없는 데다, 이미 수료한 37, 38기 중 상당수가 이직시장에 뛰어들어 39기 수료자들의 취업이 더욱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수원 양대권(판사) 교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수원과정을 마친 뒤 2~3개월 뒤에는 대부분의 연수원생이 취직을 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6~7월께 취업난이 모두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수원생들이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여겨왔던 월 500만원의 급여 조건도 깨지고 있다. 월 400만원대로 낮춰 제시하는 로펌이나 법률사무소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소 로펌에서는 신규 채용 공고를 통해 ‘수습기간 4개월 동안은 월급을 150만원씩 주겠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각 기업의 사내 변호사 공채에서도 예전에는 과장급 대우가 보장됐으나 요즘엔 대리급으로 낮아지고 있다. 한 연수원생은 “남들이 말하는 소위 명문대를 나오고 사법시험도 통과했는데 그 정도 급여로 일하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동료가 많다”고 전했다.
◆안정성 중시 경향 강해져=이처럼 스산한 분위기 속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으려는 경향이 더 강해졌다. 한 수료자는 검찰사무관으로 일하기로 했다. 3년 전 검찰사무관 시험에도 합격했던 그는 변호사의 길 대신 검찰 근무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장기 군 법무관에 지원해 선발된 여성 연수원생이 지난해 1명에 그쳤으나 올해는 10명에 이른다. 불안정한 변호사 시장에 있느니, 차라리 우대받을 수 있는 군에서 법조인 생활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연수원생들은 취재진의 접근을 거부하는 등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사법연수원생 내부 게시판에서는 졸업생들의 취업에 대한 기사에 대해 ‘누가 소스냐’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로스쿨 1기 졸업생이 쏟아져 나오는 2012년이 사법연수원 취업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수원생들 사이에서도 이공계 출신, 영어 능통자, 의사·회계사 출신 등 이른바 ‘스펙’이 좋은 로스쿨 졸업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대한변협 장진영(변호사) 대변인은 “연수원생들도 자신만의 전문성을 길러야 몸값을 높일 수 있고, 취업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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