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멀쩡? `지적장애인` 인권침해 도 넘었다
#사례 1.
지적장애가 있는 남동생이 결혼하자 누나는 동생부부를 돌봐준다며 데려다 일을 시켰다. 동생부부의 노동력을 착취하면서도 학대와 구타를 멈추지 않았고 심지어 누나의 남편은 남동생 부인을 성폭행하기까지 했다.
#사례 2.
공판장에서 판사가 지적장애가 있는 부부의 답변이 번복되자 “말을 알아듣기나 하는 거야”, “이런 사람들의 말을 어떻게 인정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급기야는 방청석에 있는 활동가들에게 “이 사람들 원래 이래요? 누구 좀 말해주지”라고 조언을 강요하기도 했다.
정상인과 동일한 체격조건을 가진 탓에 겉은 멀쩡해보이는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도를 넘었다. 외견상으로 장애인의 범주로 판단하기도 힘들어 부당한 대우나 인권을 침해당해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 상황.
특히 올해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는 원년임에도 지적장애인은 실제 '장애인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장애계에서는 그 어느때보다 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뜨겁다.
◇지적장애인, 겉은 멀쩡하니 괜찮다?
16일 발달장애가족모임기쁨터 김미경 회장은 "지적장애는 정상인과 같은 신체조건을 갖추고도 인지능력이 부족해 의견을 말하거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지 못한다"며 "부당한 대우나 인권을 침해당해도 누군가 지적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이라며 이들의 숨은 고충을 대변했다.
실제로 신체부자유 장애인보다 쉽게 인권 침해를 받을 수 있음에도, 인간관계 경험부족과 인지능력 부족 등으로 그 자체를 부당한 대우라거나 심각한 모욕감을 느끼지도 못하는 상황.
즉, 스스로 인권침해를 인지하기 어려운 지적장애인은 의식있는 제3자의 제보가 없으면 아예 그런 침해 사례를 적발하기도 힘들다는 것.
더구나 반복적인 학습과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인지능력 향상이 가능함에도 불구, 기업에서 지적장애인 고용을 거부하는 것이 대표적인 부당한 경우라는 설명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지적장애인은 당사자 관점에서 사실파악이 힘들어 인권침해를 파악하기 힘든 이중고가 있다"며 "이들은 타인에 의존해야만 의사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보호받아야만 하는 장애의 범주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지적장애인보호법 제정, 정부는 '떨떠름'
개인이 받는 부당한 대우나 인권침해는 둘째치고 같은 장애인임에도 '자기결정권'이 거의 없는 지적장애인은 정부의 다양한 복지혜택에서도 멀리 있을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장애인단체들은 올해 '지적장애인 보호법'을 별도로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은 이에 사회적 관심이나 정부의 인식도 미미한 상황.
한국장애인총연합회 관계자는 "반복학습이나 훈련만으로 지적장애 개선에 효과가 있다"며 "이를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지고 여건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영유아기부터 지적장애가 발견되면 적절한 교육을 통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야 한다는 것.
법 신설에 앞서 무엇보다 이들을 돕기위한 현실적인 지원과 인력보강도 시급하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지적장애인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특성에 맞는 원인파악과 지원방식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지적장애인복지협회 관계자도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전문인력 1명이 겨우 지적장애인 1~2명을 관리할 수 있을 뿐"이라며 "지적장애인의 복지는 결국 교육인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성인이 된 지적장애인들이 보호받으며 일을 배우고 근무할 수 있는 주간보호센터와 작업장이 턱없이 부족해 이들을 자립을 위한 확대 지원도 장애인단체들의 숙원이다.
그러나 복지부에서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고, 지적장애인을 별도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16일 복지부 관계자는 "어차피 장애인 복지정책이 전체 장애인을 아우르고 있는데, 굳이 지적장애만을 구분해 복지혜택이나 정책을 만들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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