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뒤 시판할 ‘미국 제네시스’가 싼 이유

두달 뒤 시판할 ‘미국 제네시스’가 싼 이유

태평양 건너면 2000만원이 내려간다?

 

 

현대자동차가 고급세단 제네시스의 미국 출시를 두 달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지 판매가를 얼마로 정하느냐는 문제 때문이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는 선은 배기량 3.8L급 기본형의 경우 3만3000달러(약 3200만원)다. 옵션이 비슷한 차의 국내 판매가는 5280만원이다. 국내에서 자동차에 붙는 각종 세금이 공장도 가격의 24%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차이가 크다.

이럴 경우 국내 소비자들은 ‘우리가 봉이냐’는 불만을 터뜨릴 수 있다. 또 현대가 세계적인 명차와 겨루겠다며 내놓은 제네시스가 3200만원 정도라면 스스로 명품이 아님을 인정하는 게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다. 미국에서 파는 차 값은 어떻게 정하는지 그게 궁금하다.

◇시장과 고객이 정한다=자동차 판매가를 결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3년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개발 초기에 ‘북미 시장을 겨냥한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컨셉트를 잡으면서부터 현지 가격 수준을 가늠해 왔다. 현대차 본사의 상품기획팀·해외상품팀·재경본부와 현대차 미국법인이 다 참여했다.

초기 ‘목표 가격’을 만들 때 기준이 된 건 경쟁 차의 현지 가격이었다. 제네시스의 미국 시장 경쟁 차로는 크라이슬러 300C, 아큐라 TL, 렉서스 GS 등이 꼽혔다. 이들 차종의 미국 판매가는 3만 달러 초반부터 4만 달러 중반대까지다.

이후 차가 개발되면서 수익성과 제조원가·환율·부품가격 같은 다양한 변수가 추가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장조사팀이 미국법인과 함께 한 소비자 조사다. 설문조사는 서너 차례 진행됐다. 옵션을 제시한 뒤 ‘이 차가 몇 만 달러라면 사겠습니까’라고 물었다. 현대차 브랜드를 가리거나 보여주고 조사한 결과를 비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품질이 아무리 좋아도 값에 따라 소비자의 구매 의사는 냉정하다”며 “소비자 조사 결과는 실제 판매량과 밀접하다”고 설명했다. 일본·미국차보다 낮은 현대차 브랜드 인지도는 당연히 가격 인하 압력이 된다. 여기에 미국 경기 침체도 영향을 미쳤다. 현지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을 감안해 값을 매겨야 한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물론 국내 가격 결정도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가격은 다르다. 현대차 관계자는 “물가 수준과 고객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차와 독일차도 자국에서보다는 미국에서 훨씬 싸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 수입차는 한국에서 매우 비싸다. 한국의 물가 수준이 높고, 소비자들도 그런 가격을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제네시스의 국내 시판가가 5000만원을 넘지만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요즘이다.

◇역수입 가능할까=미국 판매가가 훨씬 낮으면 미국으로 수출된 차를 사서 한국으로 역수입하는 일도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유럽에선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독일차를 미국에서 역수입하는 업자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건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 차량 운송·등록에 돈이 들고 관세·부가가치세도 고려해야 한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포르셰·롤스로이스의 최고급 모델 정도만 역수입된다.

쏘나타나 그랜저가 미국에서 더 싸지만 역수입된 사례가 거의 없는 것은 부대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제네시스도 일단 개인 차원에서 역수입할 가능성은 작다. 세금이 차 값의 34%에 달하는 데다 복잡한 인증절차를 대행업체에 맡기면 400만~500만원이 든다. 운송비와 각종 수수료를 포함해 3만3000달러짜리 차를 역수입하는 데 드는 총 비용은 53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국내 시판가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전문 대행업체가 나서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딜러를 통해 차를 여러 대 사면 구입 단가를 낮출 수 있다. 물량이 많으면 대당 운송비와 인증비도 절감할 수 있다. 따라서 수입업체의 마진을 감안해도 국내 가격보다 몇 백만원 정도 싸게 팔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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