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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주 핏자국` 선죽교 … 박연폭포 … 개성관광 길 열렸다

`정몽주 핏자국` 선죽교 … 박연폭포 … 개성관광 길 열렸다

어제 첫 관광, 하루 18만원

 

경의선 육로를 이용한 개성관광이 시작된 5일 관광객들 이 박연폭포를 둘러보고 있다. [개성=사진공동취재단]
"서울서 자동차로 1시간30분밖에 걸리지 않는 고향 개성 땅에 이제야 발을 디디다니…."

개성 동흥동에서 나고 자란 실향민 윤효정(68)씨는 개성관광이 시작된 5일, 57년 만에 고향을 다시 찾았다. 선죽소학교 4학년 때 피란 나온 윤씨는 "하굣길에 친구들과 선죽교에서 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감격했다.

본격적인 개성관광 시대가 열렸다. 금강산 관광이 1998년 시작된 지 9년 만이다.

윤씨 등 일반 관광객 289명과 개성관광 사업자인 현대아산 관계자 등 333명은 5일 버스 10대에 나눠 타고 고려의 500년 도읍지 개성으로 출발했다. 일행은 남측 도라산 출입국사무소(CIQ)에서 간단한 출경 수속을 마친 뒤 오전 8시 조금 지나 군사분계선을 넘었다. 윤씨는 "밤새 한잠도 못 자고 이 순간을 기다렸는데 막상 북녘 땅에 들어오니 얼떨떨할 뿐 실감이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개성관광 첫날인 이날 북측은 전금률 아태평화위 서기장과 장우영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총국장 등이 직접 나와 관광단을 환영했다.

오전엔 황진이.서경덕과 함께 송도 3절의 하나로 꼽히는 박연폭포와 인근 관음사, 오후엔 고려 말 충신 정몽주의 생가인 숭양서원과, 그가 이방원(후에 조선 태종)에게 피살당한 선죽교, 그리고 고려박물관(성균관)을 돌아보는 하루 일정으로 짜여 있다.

개풍군 중면에서 20대 중반까지 살았다는 김경태(81)씨는 박연폭포 앞에서 "꿈인지 생시인지 믿어지지 않는다"며 37m 높이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하염없이 쳐다봤다.

점심식사는 시내 한복판에 있는 통일관 식당에서 '13첩 반상기'로 했다. 쌀밥에 닭고기 신선로와 생선 및 돼지구이 등 놋쇠로 만든 반상기에 담겨 나오는 전통 토속요리다.

개성시 자남동이 고향인 나세홍(72)씨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송악산이 보이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5세 때까지 살던 집이 바로 저 아래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곳은 관광객에게 출입금지 지역이었다. 먼발치에서나마 동네를 훑어 본 나씨는 "지금은 지붕이 다 비슷비슷해 살던 집을 찾기 어렵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옛날처럼 개천에서 멱감으면서 철없이 놀 수 있는 날이 언제나 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씨는 2005년 개성 시범관광 때도 신청했지만 갈 기회를 얻지 못해 이번에는 제일 먼저 달려가 등록했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엔 남북 경제협력의 산실인 개성공단을 버스를 타고 한 바퀴 돌았다. 개성공업지구는 2003년 6월 착공했으며 이듬해 12월 첫 제품을 생산했다.


◆개성관광 어떻게 하나=매일 300여 명으로 한정된다. 요금은 1인당 18만원. 교통비.식비.여행자보험료 등이 포함돼 있다. 예약은 출발 10일 전까지 전국의 관광대리점을 통해 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엔 쉰다(개성관광 홈페이지 www.ikaesong.com). 관광객은 오전 6시 서울 광화문 등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CIQ로 이동한다. 개별 차량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임진각역에 주차한 뒤 셔틀버스로 CIQ로 갈 수 있다. 현대아산 윤만준 사장은 "내년 한 해 동안 10만여 명이 개성관광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성= 한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