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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조코/뭐니 머니

`주유소에서 `만땅` 불러본지가 언젠지…`

`주유소에서 `만땅` 불러본지가 언젠지…`

치솟는 기름값에 달라진 주유풍속도

 

"주유소에서 '만땅' 불러본지가 언젠지…."

서울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김석재(37)씨는 종로에 있는 거래처에 갈 때마다 서대문역 근처 모 주유소에 들른다. 14일 기준 이 주유소의 휘발유 값은 ℓ당 1520원. 서울 평균(1620원)보다 100원 싸기 때문이다. 주유소에 들러선 결코 '만땅'을 외치지 않는다. 김씨는 "값 싼 주유소를 찾아가는 것은 기본이고 기름을 가득 채우지 않는 것도 센스다"이라며 "계기판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떨릴 정도다"라고 말했다.



◇'만땅' 실종=기름값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만땅 넣어주세요"라는 말이 자취를 감췄다. '만땅'은 연료 탱크(땅)가 가득 차있는(滿)상태를 가리키는 속어. 자동차 연료게이지 F까지 채워달라는 말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주유소에 가면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었다. 서초동 A주유소 주인은 "부촌인데도 주유소 입구로 들어와 습관처럼 '만땅'을 외치는 손님이 없다"며 "경차 뿐 아니라 고급차도 반만 채우고 가는 게 다반사"라고 말했다. 문래동 B주유소 주인은 "손님 중 기름을 가득 채우는 경우는 하루에 한 명도 안될 때가 많다"며 "3만원, 5만원씩 넣어달라는 손님이 대부분이고 1만 원어치만 달라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거여동 C주유소의 주인은 "고유가 시대엔 차 뿐 아니라 오토바이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기름을 가득 채워도 6000원이 넘지 않는 50㏄ 스쿠터도 3000원만 주유할 정도니 말 다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눈물겨운 유(油)테크=직장인 윤성민(33)씨는 15일 퇴근 전 각 주유소의 기름값을 비교한 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장애가 일어나 먹통이 됐다. 30분 동안 '새로고침'을 두드리고 나서야 겨우 연결됐다. 지난주 주요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엔 '기름값 싼 주유소 찾기'가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눈물겨운 소비자의 유(油)테크다.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 등에는 기름값 절약 노하우를 담은 게시글이 하루에도 10여건씩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기름을 가득 넣으면 차가 무거워져 연비가 증가한다. 3분의 2만 채우는 것이 현명하다" "1000원 단위로 기름을 넣어달라고 하면 한 방울이라도 더 들어간다. 서로 짜증은 나겠지만 어쩌겠는가" 등 게시글에는 한 푼이라도 아껴야겠다는 소비자들의 절박한 심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기름값이 비싸니 주유소에 가서 휴지나 물, 커피라도 잔뜩 받아와야 한다. 난 2만원씩 넣으면서 각종 판촉물을 수거한다"는 게시물엔 '1만원만 넣어도 사은품 주는 주유소' 리스트가 댓글로 붙기도 했다.



◇쫀쫀함은 옛날=기름값 역시 '아끼는 데' 장사 없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한두 푼 아끼기 위해 할인카드 쓰고 싼 곳 찾아다니면 쫀쫀하다는 말을 듣던 시대는 지나갔다"며 "절약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밖에도'경제 속도 지키기'(시속 80㎞로 달릴 때보다 100㎞로 달릴 때 연료 소모량은 약 20% 더 늘어난다), '기름은 딱 3분의 2'(가득 채울때와 비해 연비가 약 5~10% 더 좋아진다), '달리기 시합 금물'(급출발과 급제동을 할 경우 연료 소비량이 30% 이상 급격히 증가한다), '짐 빼~'(필요없는 짐 10㎏을 싣고 50㎞를 주행하면 짐이 없을 때보다 약 80㏄의 기름이 더 소모된다), '타이어 공기압 수시 체크'(타이어 공기압이 높으면 타이어의 수명도 짧아진다), '에어컨은 적당히'(에어컨을 세게 틀면 연료 소모량이 높아진다), '주유소 할인혜택 적극 활용'(단골 주유소를 정해 마일리지를 적립하거나 할인혜택을 따로 모은다), '값 싼 주유소를 눈여겨 보라'(서울시 홈페이지, 오일프라이스와치, 비씨가스프라이스 등 주유소의 기름값을 비교한 사이트) 등의 계명을 지키라고 조언한다.

이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