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관광, 꽃구경은 뒷전…춤바람·술바람
수위 따라 세 가지 메뉴…중년 남녀의 아찔한 일탈
성의 범람시대다. 인터넷 채팅에 비디오방·전화방·티켓 다방 …. 어디를 가도 그 질펀한 유혹에서 시선을 돌리기가 어렵다. 그런데 '묻지 마 관광'이라니 …. 왠지 촌티가 물씬 난다. 물론 전혀 낯설지 않은 단어다. 몇 년 전에 유행하던 중년 아저씨·아주머니의 꽃구경을 빙자한 일탈 행위를 말한다. "지금도 그런 여행하는 사람 있어" 라고 묻는다면 그는 남녀 상열지사의 레퍼토리가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고 계속 연주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다. 헌화가를 부르며 수로부인을 꾀던 신라시대나 관광버스 춤을 추며 맘에 맞는 여인에게 달짝지근한 추파를 보내는 지금이나 연애의 방식은 거의 비슷하지 아니한가? 다만 문제는 그것이 불륜이라는 것이겠지만. 한때 잠잠했던 묻지마 관광이 최근 다시 기세를 부린다. 살짜꿍 연애는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지금, 번거롭게 하루를 투자하는 사람들의 속사정은 뭘까? 관광버스를 타고 함께 떠나 보자. ■15시간 춤추고 마시고 이른 아침 청주실내체육관 앞에 수십 대의 버스가 도열해 있다. 중년 남녀들이 이 차 저 차 기웃거리며 물좋은 버스를 물색한다. 요금은 3만원 남짓. 오늘 타고 갈 버스는 남해행. 차에 올라타자마자 소주 파티가 벌어진다. 하긴 초면의 남녀가 모여 있는데 술을 안 마시면 서먹함을 어떻게 달래겠는가? 미리 말해 두지만 왕복 15시간 남짓 여행길에 40여 명의 승객이 마신 소주는 몇 박스(24개들이)에 이른다. 취기가 얼큰히 오르자 노래자랑이 벌어진다. 뽕짝은 이래서 좋다. 박자 좀 틀리면 어떤가, 구성지면 그만이지. 가수 뺨 치는 잘난 오빠의 뽕짝 솜씨에 아주머니들의 환호성이 간드러진다. 버스는 금방 남녀의 열기로 후끈하다. 언제 시간이 갔는지도 모르게 남해에 닿았다. 모두 보트 유람선에 올랐다. 어라, 보트에도 지하 나이트클럽이 있네. 바다 구경을 하는 사람은 극소수다. 대부분이 음악에 몸을 던진다. 러시아 무용단의 화끈한 쇼에 가슴이 더욱 뛴다. 귀로에서도 계속 술판·춤판이 벌어진다. 1분 1초가 아까운 듯 열심히 '관광버스 춤'을 춘다. 필이 통한 사람들은 다정히 한자리에 앉아 소곤댄다. 10시경 청주에 도착한다. 지금부터가 본게임이다. 작업도 헌팅도 이미 끝났지 않은가? 다정히 짝을 맞춰 사라지는 사람들. 어디 가냐고 묻지 마라. 묻지 마 관광 아닌가. ■특식은 아무나 못 먹어요 묻지 마 관광에는 세 가지 메뉴가 있다. 첫째는 3만원 남짓하는 보통식이다. 대부분 40대 후반까지의 아저씨·아주머니가 고객이다. 이 게 너무 밋밋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13만원짜리 맞춤식도 있다. 업그레이드 짝짓기 상품이다. 통돼지 바베큐가 제공되는 등 입맛에도 세심히 신경 썼다. 연령대도 뚝 떨어진다. 30~40대 초반이 주로 이용한다. 여자는 3만원만 내면 된다. 마지막으로 25만원짜리 특식이 있다. 특식은 아무나 이용 못한다. 알음알음으로 남녀 숫자를 맞춘다. 수위는 레드. 말 그대로 노골적 섹스 관광이다. 봉고차를 이용, 10여 명 정도가 함께 떠난다. 등산복 차림 등 복장은 다양하다. 들키면 서로가 곤란하니까. 목적지는 주최 측이 잡아준 펜션이다. 노래방에서 블르스로 몸을 맞춰 보다가 후끈 달아오르면 방 열쇠를 슬며시 쥐고 한 커플씩 사라진다. 특식 상품에 참가하는 여자는 공짜다. 아니 따로 웃돈도 받는다. 궁극적 목적이 성이라면 왜 이들은 묻지 마 관광이라는 번거로운 절차를 택할까? 사실 보통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보통식이나 맞춤식은 반드시 불륜 행위로 이어진다고 할 수 없다. 혹시나 해서 갔다가 역시나 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버스 안에서의 춤판으로 인한 안전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오늘도 도시의 광장에는 버스가 줄 지어 서 있고 사람들이 몰려든다. 15시간의 일탈 끝에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사람들에게 왜 그랬냐고, 뭘 얻었냐고 묻지 마라. ●제작 후기 - 끝까지 책임진다고?…호기심이 발동했다 5~6년 전으로 기억된다. 묻지 마 관광이 성행한다는 보도를 접하고서 뭘 어떻게 놀기에 묻지 마라는 건가 호기심이 가득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2007년. 묻지 마 섹스, 묻지 마 등산, 묻지 마 골프…. 묻지 마로 시작하는 수없이 많은 아류들이 등장하고 그와 더불어 묻지 마 관광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기사들을 접하게 됐다. 대체 묻지 마가 뭐길래, 어떻게 놀길래? 직업병이 일기 시작했다. '우선 떠나 보자. 어디서 가지? 촬영은 어떻게 하지? 내가 너무 어려 보이지 않을까?' 설렘 반 우려 반의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무작정 버스에 올랐다. 한 시간도 되지 않아 1.8리터 소주가 돌기 시작한다. 술이 오가고 춤을 추며 자연스레 스킨쉽까지 …. 하지만 뭔가 아쉽다. 1차 묻지 마 관광 후 좀 더 센(?) 곳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거다!' "참가비 25만원. 끝까지 책임집니다"라는 여행사 가이드의 호언장담. 뭔가 냄새가 난다. 봉고버스에 올랐다. 아무 것도 묻지 마라고 했는데 자꾸만 궁금증이 차 오르는 걸 어찌할 수 없었다. 옆자리 여성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집에는 뭐라고 하고 나왔어요?" “친구나 학부모 모임 핑계대고 나와요. 주말에는 못 움직여요. 평일이 좋아요." 목적지 청평 도착. 관광이나 등산은 없었다. 벌건 대낮이건만 펜션 노래방에서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고, 그리고 과감한 애정 표현들 ….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 무렵 가이드가 뭔가를 나눠 준다. 방 열쇠! 모두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숙소로 향한다. 난 어떻게 해야 하나?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과연 그 무엇 때문에 가정이 있는 중년의 남녀들이 평일에 이런 곳에서 이래야 하는 걸까? 이런 관광이 정말 중년의 해방구가 될 수 있을까?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주용상 PD 김형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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