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골프채는요…굴착기가 아닙니다
내기 걸었는데 줄줄이 더블파…결국 클럽 `목`이 댕강 날아가고
30대 중후반의 신체 건강해 보이는 남자 고객님 네 분이셨다. 첫 홀 티 샷 전 그들은 공에 딥 키스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불쌍한 공아~ 니가 주인을 잘못 만났구나. 내가 너를 좋은 주인에게 입양시켜 주마. 안녕~.” 그들의 공은 언제나 일회용이었다. 첫 홀에 20만원을 주면서 스킨스 게임(홀당 1위 한 사람이 그 홀에 걸린 돈을 먹는 게임)을 한다면서 ‘보기’까지만 스킨을 먹을 수 있는 자격이 있으니 스코어를 정확히 세어 달라고 요구했다. 내가 누구냐. 평소에는 동태와 의자매를 맺을 정도로 눈에 초점 없이 일하지만 맘먹고 고객들의 스코어를 세자면 칼처럼 무서운 스코어를 적을 수 있지 않은가. 음 하하하…. 1번홀. 눈 부릅뜨고 스코어를 세어 보았으나 네 분 모두 더블파(그 홀의 기준 타수보다 2배의 스코어를 기록했을 때 일컫는 골프용어)를 하고 말았다. 정확한 스코어 기재를 요망한 고객께서 당황하셨는지 내게 살금살금 다가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나를 살살 달랬다 . “언냐~. 첫 홀은 우리가 언냐 미모에 반해서 샷이 잘 안 된 거 같아. 그러니깐 첫 홀만 올 보기로 적어 줘.() 오~우 케이?” 그의 간절한 요구에 나는 선심쓰듯이 첫 홀은 올 보기로 기록하였다. 파5의 두 번째 홀. 페어웨이를 지그재그로 다니던 고객들 골프채는 공을 치시라고 만든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손님. 골프클럽은 굴삭기가 아닙니다. 왜 자꾸 공을 안 치고 공 뒤의 땅만 파시는 겁니까.(-_-‘‘)” 그들의 골프채는 미니 굴삭기가 되어 자꾸만 땅을 파기 시작했다. 한 분만 극적으로 트리플 보기(홀의 기준 타수보다 3타를 더 친 스코어)를 하셨고. 나머지 세 분은 더블파. 또다시 한 분이 슬금슬금 다가와 내게 말을 건넸다. “언냐. 우리 정말 이런 사람 아니야. 그리고 우리 다른 골프장 가서 캐디 언냐들 한테 이런 거 부탁한 적 없는데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부탁할게.” “뭔데요.” “그게 말이죠. 두 번째 홀도 올 보기로 적어주면 안 될랑 가용?” 이런 식으로 다섯 개 홀을 올 보기 처리하면서 왔다. 처음에 내기 한다고 내게 봉투째 건넨 돈은 바깥구경을 한 번도 못한 채 봉투 안에 숨막히게 있어야만 했다. 후반에 들어서였다. 나무 밑에서 공과 싸우던 한 고객님께서 얼굴이 상기된 채 부러진 골프채를 들고 나타나셨다. “어머. 왜 그러신 거예요?” “몰라. 골프채가 이렇게 쉽게 부러질 줄이야. 딱 치는 순간 골프채가 나무에 맞는 느낌이 나더니. 아이언의 헤드부분이 공중부양을 하면서 하늘로 날아가고 샤프트 부분은 땅으로 내동댕이쳐졌어.” 헤드 없는 골프채는 아주 유용한 용도로 쓰이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는 일단 그 골프채를 집에서는 자녀 교육용(전문용어로 회초리)으로 쓰겠다고 하였고. 필드에서는 동반자 교육용(너무 잘 치는 동반자 구타용)으로 쓸 계획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결국 스킨스 게임한다고 모아 놓은 돈은 다음 라운드에 쓰시라고 돌려드릴 수밖에 없었다. 네 분 중 한 분도 18홀 동안 자력으로 ‘보기‘를 기록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객님. 다음에는 ‘더블보기’까지 먹을 수 있다”라고 동반자들과 룰을 정하세요.() 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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