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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맛있는 골프

고객님 옷 벗긴 신입 캐디

고객님 옷 벗긴 신입 캐디

 

“선배님~ 선배님 궁금한 게 있는데요. 고객님 네 분을 첫 홀에 어떻게 백과 매치시켜서 외우나요?”

얼마 전 내게 교육을 받은 신입생의 질문이었다.

“음~. 고객님의 옷 색깔로 외우지.() 그러니깐 이렇게 말이야. 첫 번째 백의 고객님은 검정색 옷. 두 번째 백의 고객님은 흰색 옷…. 이런 식으로 매치시켜서 외우면 된단다.”

얼마 후 그 후배가 나를 다시 찾아왔다.

“선배님~ 선배님 글쎄. 제가 오늘 고객님 옷을 벗겼습니다.”
“뭐. 옷을 벗겼어?”

그 말에 주위의 동료들이 갑자기 모여들며 달팽이관의 문을 활짝 열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옷을 벗기다니?”
“선배님이 저한테 그러셨잖아요. 옷 색깔로 고객의 백과 매치를 시키라고요. 오늘 네 분 모두 검정 모자에 검정색 바람막이. 그리고 바지까지 검정 바지를 입고 오신 겁니다. 더군다나 키도 비슷하고 몽타주도 비슷해서 도무지 매치가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참다 못한 그 후배는 결심을 했단다. 고객님의 옷을 벗기기로….

“고객님. 고객님 중 최소 두 분. 아니 최대 세 분은 상의 혹은 하의를 하나씩 벗어야겠어요.”

옷을 벗으란 말에 화들짝 놀란 고객님들은 얼굴이 빨개지며 되물었다.

“언니야. 그게 무슨 말이야. 옷을 벗으라니….(-_-‘‘)”
“제가 도무지 일손이 안 잡히네요. 왜 옷을 똑같이 입고 오셨어요. 아무튼 저는 이 상태로는 도무지 일을 못하겠으니 옷 색깔이 다르도록 하나씩 벗으세요.”
그렇지 않아도 쌀쌀한 날씨에 손 꽁꽁 발 꽁꽁인데 신입 캐디의 황당하면서도 당당한 요구에 고객님들은 어쩔 수 없이 따라야만 했다.()

“자. 나는 회색. 나는 줄무늬 꿀벌 티셔츠. 어때 이제 마음에 들어?”
“(-)네~~(그녀는 그제서야 25년 만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 후배의 일화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얼마 후 나를 다시 찾아와 물었다.

“선배님. S코스 17번홀 파3 홀 거리가 180야드 아니예요?”
“아니지. 내리막을 조금 감안하면 165야드야. 맞바람이 있을 경우에는 170야드까지 보면 돼.”

“어~ 이상하네. 저 얼마 전에 투 라운드(36홀) 할 때요. 오전에 라운드했던 고객님들께 180야드라고 불러드렸거든요. 그런데 그게 홀(컵)에 한번에 들어가 홀인원을 했어요. 거리 정확하게 불렀다고 칭찬받았거든요.()”

“그런데 무슨 문제 있어?”
“네. 같은 날 오후 라운드 때 오전에 홀인원을 기억하며 회심의 미소를 날리면서 180야드라고 자신 있게 불렀어요. 오전 팀의 분위기와는 달리 약간 미심쩍어하는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막무가내로 ‘180야드가 맞다‘고 우겼어요.”

“결과가 어찌됐는데?”
“네 분 모두 그린을 넘겨버려서 두들겨맞을 뻔했지요.(-_-‘‘)”
“이 녀석아. 그러니깐 교육시간에 제발 달팽이관에 문 좀 확실히 열어두란 말이야 ”

그렇다. 같은 거리를 불러도 어떤 분으로부터는 ‘최고의 캐디’로 인정받지만 반대로 어떤 분께는 ‘최악의 캐디’로 눈총을 받아야 하는 직업이 바로 경기보조원의 일이 아닐까. 앞선 이 후배의 거리 안내는 착오가 있었지만 경험이 좀더 붙게 되면 그 같은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고객님들께 묻고 싶어요. 아이언 클럽별 거리가 정말 정확한 건가요. 그린에 못 미쳐 짧게 떨어지면 무조건 “언니야. 거리가 잘못됐다”고 하시는데…. 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