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웃는 모습이 부쩍 많아진 리디아 고. 성적 강박증에서 벗어나 올해 상승세를 타고 있다. [AP=연합뉴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플레이를 펼치려고 노력했다. 내 몫을 보여주면서 경험을 즐기려고 했다”
7일 밤(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로열 그린스 골프 앤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 투어(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에서 우승한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환하게 웃으며 한 말이다.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5개를 묶어 7타를 줄인 그는 1~4라운드 합계 23언더파로 아타야 티티쿨(태국·18언더파)을 5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리디아 고가 LET 대회에서 우승한 건 지난 2016년 2월 ISPS 한다 뉴질랜드 오픈 이후 5년 9개월 만이다.
지난해까지 끝모를 부진을 이어가던 리디아 고는 올해 완전히 분위기를 탔다. 지난 4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그는 이번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에서 올해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앞서 지난 8월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에서도 동메달을 따 2회 연속 올림픽 골프 메달리스트가 된 그는 올해 들어 과거 최연소 여자 골프 세계 1위의 명성을 되찾은 모습이다.
리디아 고는 '천재 골프 소녀'라는 별명을 들었던 골퍼다. 10대에만 LPGA 투어 통산 14승을 거뒀고, 최연소 우승, 메이저 우승, 세계 1위 등극 등 다양한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2018년 4월 메디힐 챔피언십 이후 우승이 없었다. 스윙 코치를 여러 차례 바꾸고, 자신감을 잃은 모습이 자주 보여 끝모를 추락을 거듭했다. 세계 랭킹은 한때 55위까지 내려갔다.
지난 8월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에서 동메달을 땄던 리디아 고. [AP=연합뉴스]
그러나 지난해부터 조금씩 회복세를 보인 리디아 고는 올해 들어 자신감을 되찾았다. 올 시즌 LPGA 투어 18개 대회 중에 롯데 챔피언십 우승을 비롯해 9개 대회에서 톱10에 올랐다. 올해의 평균 타수 상을 노리고 있는 건 물론, 그린 적중률 72.14%, 평균 퍼트수 28.82개(2위), 샌드 세이브율 59.3%(5위) 등 주요 지표들이 크게 회복했다. 올해 한때 5위까지 올랐던 세계 랭킹은 8일 현재 7위에 랭크돼 있다.
무엇보다 조급증이 사라졌다. 멘털적으로 좀 더 내려놓고 편안해지니까 라운드 도중 웃는 표정이 더 많아졌다. 지난 8월 AIG 여자오픈을 앞두고선 “예전엔 (LPGA 투어에서) 내가 가장 막내였는데, 이젠 나보다 세네 살 어린 선수들이 보이니까 나이가 든 것 같다”는 농담도 띄웠다. 성적 강박증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올 시즌 상승 곡선을 탄 리디아 고는 시즌 개인 타이틀도 오랜만에 노린다. 현재 그는 LPGA 투어 시즌 평균 타수 부문에서 4위(69.615타)에 올라있다. 평균 타수 1~3위에 올라있는 넬리 코다(미국·69.074타), 고진영(26·69.186타), 박인비(33·69.534타)가 시즌 규정 라운드 수를 채우지 못해 4위에 있는 리디아 고가 수상 기회를 얻었다. 물론 리디아 고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초 11일 미국 플로리다주 벨에어에서 시작하는 LPGA 투어 펠리컨 챔피언십 대신 LET 사우디 팀 대회에 나서려 했다 번복했다. 리디아 고도 펠리컨 챔피언십에 나서지 않았다면, 규정 라운드 수를 채우지 못해 탈락할 뻔 했다.
리디아 고는 2014년 신인상, 2015년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시즌 최저 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베어 트로피 상을 받은 적은 없었다. 펠리컨 챔피언십과 다음 주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통해 오랜만에 LPGA 투어 시상식에 오르는 걸 꿈꾼다.
[출처: 중앙일보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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