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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폭발했다, 토트넘이 살아났다

손흥민이 폭발했다, 토트넘이 살아났다
크리스털 팰리스전 시즌 1·2호 골
‘프리롤’ 맡아 전방 종횡무진 누벼
9위였던 팀도 단숨에 상위권 도약
차범근 유럽 통산 121골에 3골 차
밀집수비 고전하는 벤투호에 해법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2골을 터뜨려 토트넘의 4-0 승리를 이끈 직후 두 팔을 번쩍 들어 팬들에게 인사

                           하는 손흥민. 지난 4월 맨체스터시티전 이후 5개월만에 득점포를 터뜨리며 12경기 무득점 침묵을 깼다.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이 시동을 걸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멀티골로 명절을 축하했다. 올 시즌에 대한 기대도 한껏 높아졌다.

손흥민은 15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시즌 1, 2호 골을 터뜨리며 4-0 대승을 이끌었다. 2골뿐만 아니라, 토트넘의 4골 모두가 손흥민 발을 거쳐 터졌다. 손흥민은 전반 10, 23분 왼발로 연속골을 터뜨렸다. 전반 21분에는 날카로운 침투 패스로 상대 자책골의 물꼬를 텄고, 전반 42분에는 팀 동료 세르지 오리에(27)의 추가골에 주춧돌을 놨다. 시즌 초반 네 경기에서 1승(2무1패)에 그쳤던 토트넘은 손흥민의 활약으로 기분 좋은 대승을 거뒀다. 경기 전 9위였던 토트넘은 단숨에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갔다.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손흥민이 공격 중심에 선 토트넘이 크리스털 팰리스를 무장 해제시켰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수퍼 손(super son, 손흥민 별명)을 앞세운 토트넘은 완벽했다”며 “이렇게 흠잡을 데 없는 경기를 한 게 언제였는지 모르겠다”고 보도했다.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양 팀 합쳐 최고인 평점 9점을 줬다. ‘스카이스포츠’와 ‘풋볼 런던’ 역시 최고점에 해당하는 9점을 매겼다.
 
‘적장’도 손흥민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로이 호지슨(72) 크리스털 팰리스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의 전반 활약이 대단했다는 점을 꼭 언급하고 싶다”며 “내가 손흥민 같은 선수를 보유했다면 정말 기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손흥민의 활약은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시작한 한국 축구대표팀과 파울루 벤투(50) 감독에게 참고 자료로 요긴하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의 모습은 밀집 수비를 앞세워 ‘선 수비-후 역습’ 전략을 쓰는 팀에 대한 해결책을 보여줬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7) 토트넘 감독은 팰리스의 수비를 무너뜨리기 위해 손흥민에게 ‘프리롤(free role)’을 맡겼다. 손흥민은 4-2-3-1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섰지만, 그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움직였다.
 
손흥민의 첫 골은 시원한 ‘킬러 패스(killer pass)’ 덕분이었다. 토트넘 수비수 토비 알데르베이럴트(30)가 최전방을 향해 빠르고 정확한 롱 패스를 연결했다. 쇄도하던 손흥민은 이를 받아 수비수를 가볍게 제친 뒤 골키퍼의 움직임과 반대쪽 포스트를 보고 슈팅했다. 패스에서 득점까지 5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두 번째 골은 ‘좌우 흔들기’로 만들었다. 토트넘 미드필더 해리 윙크스(23)가 중원에서 오른쪽 측면으로 공을 연결했다. 풀백 오리에가 이를 받아 재빨리 반대쪽으로 넘겼다. 상대 위험 지역 왼쪽에 있던 손흥민은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상대 수비진은 공과 사람을 다 놓쳤다. 이 골도 5초 만에 모든 과정이 끝났다. 
 

 

손흥민. [로이터=연합뉴스]

 

벤투호는 볼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앞세워 A매치 17경기에서 10승6무1패를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결과다. 다만 상대가 밀집 수비를 펼칠 때 고전을 면치 못했다.   
 
토트넘이 했던 것처럼, 손흥민을 활용하는 ‘전진 롱패스’ 및 ‘좌우 흔들기’ 전술은 다음 달 10일 스리랑카전(홈)과 15일 북한전(원정)에서 상대 밀집 수비를 뚫기 위해 활용할 만하다.
 
손흥민의 차범근(66)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유럽 리그 통산 골(121골) 기록 경신도 이제 가시권에 들어왔다. 손흥민은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이상 독일), 토트넘(잉글랜드)을 거치며 지난 시즌까지 116골을 터뜨렸다. 이날 두 골을 추가해 통산 118골이 됐다. 차 전 감독과 타이기록까지 3골 남았다. 최근 세 시즌 동안 시즌 평균 19.7골을 기록한 득점력을 고려할 때, 올해를 넘기기 전에 대기록을 수립할 가능성이 크다.
 
송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