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스윙 교정,제 2의 전성기 연 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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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레이크 부에나 비스타의 포시즌스GC(파71)에서 열린 2019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개막전 다이아몬드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최종 라운드.
강한 바람에 체감 온도는 영하로 뚝 떨어졌다. 2017~2018시즌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한 26명은 우승 경험이 있는 베테랑 선수들이었지만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LPGA 투어 13년 차인 맏언니 지은희(33·한화큐셀)의 노련미는 단연 돋보였다. 13언더파 공동 선두로 출발한 지은희는 버디 5개와 보기 4개를 묶어 1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4언더파로 2위 이미림(29·NH투자증권)을 2타 차로 따돌렸다.
지은희는 1번 홀 티샷 실수에 이어 2번 홀(이상 파4)에서 어프로치 샷 뒤땅이 나와 연속 보기를 범했다. 그러나 파3, 3번 홀에서 실수를 만회한 15야드 칩 인 버디로 분위기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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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9번 홀까지 동반 플레이한 리디아 고(22·뉴질랜드)와 12언더파 공동 선두로 팽팽한 경쟁을 이어 갔던 지은희는 후반 9홀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타를 줄였다. LPGA 통산 5승째, 우승 상금은 18만 달러(약 2억300만원)다. 반면 리디아 고는 최종 라운드에서만 6타를 잃는 부진 끝에 7언더파 8위로 밀려나 통산 16승 도전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1986년생으로 올해 서른세 살인 지은희는 LPGA 투어의 한국 선수 중 최고참이다. 지은희의 스토리가 더 감동적인 것은, 그가 8년이나 계속된 슬럼프를 극복하고 다시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투어에 데뷔한 지은희는 2008년 웨그먼스 LPGA에 이어 2009년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으로 화려한 꽃을 피웠다. 그러나 이듬해 스윙 교정을 시작하면서 슬럼프가 시작됐다. 지은희는 “스윙을 다 뜯어고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엉킨 실타래처럼 안 풀렸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던 건 나를 바라봤던 사람들을 위해서다”라고 했다.
묵묵한 땀방울은 결국 완벽한 부활로 연결됐다. 2017년 스윙잉 스커트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나흘 내내 선두를 달린 끝에 2위와 6타 차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거두면서 부활했다. 당시 2위도 리디아 고였다.
지은희는 8년 만의 우승 이후 지난해 3월 기아클래식에서 우승을 추가했고, 이번 우승으로 3년 연속 우승을 이어 나갔다. 특히 이번 우승은 2010년 5월 박세리(당시 32세7개월18일)의 벨 마이크로 클래식 우승보다 더 많은 나이(32세8개월7일)에 나온 최고령 기록이다.
지은희의 롱런 비결은 10년째 스윙을 교정하는 등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 가는 것이다. 지은희는 “10년 전 스윙과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스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연습해도 늘 부족함이 느껴진다. 골프는 완벽이란 있을 수 없는 운동”이라고 말했다.
개막전 우승으로 기분 좋은 출발을 한 지은희는 올 시즌 목표를 상금왕으로 정했다. 지은희는 “목표했던 일반 대회에서 1승을 했으니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추가하고 싶다. 기왕이면 10년 전 우승했던 US여자오픈 우승이 의미가 클 것 같다”라고 했다. 내셔널 타이틀인 US여자오픈은 총상금 500만 달러, 우승 상금 90만 달러로 상금 규모가 가장 크다. 지은희의 역대 최고 상금 랭킹은 2009년의 13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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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우승의 의미는?
"사실 30대가 되면서 LPGA투어의 맏언니가 됐기 때문에, 나름의 부담감이 있었다. 그런 점 때문에 더 열심히 했다. 이번 우승이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 한국 선수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웠는데.
"그 기록은 잘 몰랐다. 한국에선 많은 나이로 여겨지는지 몰라도 미국에선 그렇게 많은 나이가 아닌 것 같다. 느낌상 아직 20대 같은 생각이 든다.(웃음)"
- 승부처가 된 홀은?
"1·2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하고 나가면서 걱정됐는데 3번홀에서 15야드 정도 되는 칩 인 버디를 잡아내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후반에는 15번홀에서 보기를 한 뒤 바로 16번홀에서 버디를 하면서 차이를 벌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도 마지막 홀이 어려워 18번홀 티샷까지 긴장됐는데, 티샷을 잘 보낸 뒤 우승을 확신했다."
- 2017년 스윙잉 스커트 타이완챔피언십에서 8년 만에 우승한 뒤, 3년 연속 우승했는데.
"슬럼프를 겪은 8년 동안 안 해 본 게 없다. 잘했던 때를 생각하면 떨어진 상황을 견디기 힘들었다. 물론 골프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이겨 내면서 성장한 것 같다. 이제는 샷이 잘되지 않더라도 불안한 마음이 크게 들지 않는다."
-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더 좋아지려고 스윙을 교정한 건데 슬럼프에 빠졌고, 2010년 직후에는 굉장히 안 좋았다. 몇 년간 아시안스윙 대회에 나가기 위한 상금 랭킹 60위 안에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컷 통과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골프를 했다."
- 골프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이유는?
"골프를 안 한다면 할 게 많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골프만 생각하고, 골프만 해 왔기 때문이다. 다른 것을 시작하더라도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그래서 골프를 포기하지 않았다. 투어 활동을 하는 한, 앞으로 또 다른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이런 마음은 계속 유지될 것 같다."
- 시즌 개막전 우승으로 출발이 좋은데.
"여전히 스윙을 교정 중이고, 이번 시합은 테스트한다는 기분으로 나왔다. 그래서 편안하게 친 부분도 있다. 앞으로도 이번 대회 같이 편안한 마음으로 한다면 최고의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
올랜도=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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