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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골프뉴스

KLPGA 2승 … 여고생 최혜진, 화려한 아마추어 졸업식

KLPGA 2승 … 여고생 최혜진, 화려한 아마추어 졸업식
24일 프로 전향 18세 수퍼루키. 보그너 MBN 여자오픈 2타 차 우승
아마추어 다승은 18년 만에 처음. 11번홀 파4 원 온에 이어 이글 묘기
아버지 “딸 어릴 적부터 3개 목표. LPGA 진출, 세계 1위, 올림픽 금”

 

 

                          최혜진은 아마추어 자격으로 참가한 마지막 프로대회에서 우승했다. 아마추어로는 18년 만에 2승을 거둔

                          최혜진은 24일 프로로 전향한다. 보그너 오픈에서 우승한 뒤 축하 물세례를 받는 최혜진. [사진 KLPGA]

 

“네 공은 똑바로 갈 거야. 걱정하지 마.” 아마추어 골퍼 최혜진(18·사진)의 아버지 최길호(57)씨는 딸에게 항상 이렇게 가르쳤다. 페어웨이가 좁은 파 5홀에서 다른 선수들은 페어웨이 우드로 티샷을 하지만 최혜진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 드라이버로 지른 뒤 두 번째 샷만에 온그린을 노린다.
최혜진이 20일 경기도 양평 더스타휴 골프장에서 벌어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보그너 MBN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다. 최종 3라운드에서 6타를 줄이면서 합계 14언더파를 기록, 박지영을 2타 차로 제쳤다.
 
11번 홀이 백미였다. 299야드의 내리막 파 4홀로 장타를 치는 선수들은 드라이버로 그린에 공을 올릴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그린 앞과 오른쪽에 워터해저드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한 타 차 선두인 최혜진이 모험을 걸기엔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최혜진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드라이버를 꺼내 휘둘렀다. 공은 그린에 올라갔고 최혜진은 7.5m 거리에서 이글퍼트를 집어넣었다.

 

 

 

최혜진의 파 4홀 이글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 6월 열렸던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 최종라운드 5번 홀에서도 최혜진은 1온에 성공한 뒤 이글을 기록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 날 최혜진은 이글 2개를 잡고 9타를 줄여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최혜진은 아마추어 자격으로 참가한 마지막 프로대회에서 우승했다.[사진 KLPGA]

 

박소영 국가대표팀 코치는 “혜진이는 원래 배짱이 좋다. 돌아가는 법이 거의 없다. 아버지가 그렇게 가르쳤고, 혜진이 성격도 그렇다”고 말했다. 그의 스윙도 거침이 없다. 최혜진이 스윙을 하는 것을 보면 용수철이 튀어나가는 모습처럼 다이내믹하다. 최혜진은 “드라이버를 살살 쳐봤는데 오히려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는 경우가 잦았다. 힘껏 쳐야 오히려 똑바로 간다”고 말했다.
 
최혜진은 드라이버로 260야드 이상을 날려보낸다. 장타를 치는 선수치고는 정확한 편이다. 박소영 코치는 “최혜진이 위험한 모험을 하면서도 좋은 결과를 내는 이유”라고 말했다. 아이언샷의 탄도도 높다. 힘이 있다는 얘기다. 최혜진은 전장이 길고 그린이 딱딱한 어려운 코스를 좋아한다. 그런 코스에서 경쟁력을 발휘한다.
 
박 코치는 “평소 혜진이는 예쁜 팔찌를 만들고 달콤한 젤리 같은 것을 싸가지고 다니면서 친구들과 나눠 먹는 것을 즐긴다. 그러나 골프 코스에만 나오면 두려움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최혜진은 “샷을 하면서 불안했던 적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박소영 코치는 “최혜진이 다른 선수와 비교할 때 가장 비교우위에 서는 것은 자기 관리”라고 했다. 방에서 TV를 볼 때도 스트레칭 매트를 끼고 산다. 틈날 때마다 유연성을 높이는 장비를 굴린다. 쉬면서도 튜빙밴드 등으로 발목관리를 한다. 그래서 국가대표 8명이 다 최혜진을 따라 이 장비를 가지고 다닌다.
 
최길호씨는 “혜진이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목표 3개를 정한 뒤 천장과, 침대 뒤, 침대 건너편 벽에 붙여놨다. 혜진이가 정한 목표는 LPGA 진출, 세계랭킹 1위, 올림픽 금메달”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때 골프를 시작한 최혜진은 2014년부터 줄곧 국가대표에 뽑혔다. 4년 동안 국가대표를 한 선수는 김효주(22) 이후 처음이다. 최혜진은 올해 프로 대회에 6번 참가했다. LPGA 투어 호주여자오픈 7위, KLPGA E1 채리티 오픈 준우승, 한국여자오픈 4위, 초정탄산수 우승, US여자오픈 준우승, 보그너 오픈 우승이다. 6개 대회에서 우승 2회, 준우승 2회, 4위 한 번, 7위 한 번이다. 아마추어 선수가 KLPGA투어 프로 대회에서 우승한 건 2012년 김효주 이후 그가 처음이다. 아마추어가 KLPGA 대회에서 2승을 거둔 것은 1999년 임선욱 이후 18년 만이다.
 
최혜진은 만 18세 생일 다음날인 24일 프로로 전향한다. 28일 롯데와 후원 조인식을 하고, 31일 한화금융 클래식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른다. 최혜진은 김효주(2년간 10억원)보다 좋은 조건에 후원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혜진은 …
● 생년월일 : 1999년 8월 23일생
● 키 : 1m67cm ● 학교 : 부산 학산여고3
● 국가대표 : 2014년~현재
● 아마추어 주요 성적 : 2016 세계선수권 개인전, 단체전 우승, 2015~2016 네이버스컵 2년 연속 2관왕
● 2017년 프로 대회 성적 : LPGA 투어 US여자오픈 준우승, 호주여자오픈 7위, KLPGA투어 초정탄산수 오픈 우승, 보그너 오픈 우승, E1 채리티 오픈 준우승
 
성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