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골퍼' 안시현, '대세' 박성현 꺾고 한국오픈 우승

'엄마골퍼' 안시현, '대세' 박성현 꺾고 한국오픈 우승

 

 

【서울=뉴시스】오종택 기자 = '엄마골퍼' 안시현(32·골든블루)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메이저퀸'에 등극했다.

2004년 투어 우승을 맛본 뒤 무려 12년이란 시간을 기다린 끝에 두 번째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안시현은 19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골프클럽(파72·6619야드)에서 벌어진 K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기아자동차 제30회 한국여자오픈(총상금 10억원) 마지막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이븐파 288타로 박성현(23·넵스·1오버파 289타)을 한 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전날까지 공동 3오버파로 선두에 4타차 뒤진 공동 12위에 머물렀던 안시현의 우승을 점친 이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3라운드에서 1오버파로 공동 3위에 오른 디펜딩 챔피언 박성현의 대회 2연패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안시현은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며 10번홀까지 3타를 줄여 이븐파로 선두로 치고 나섰다. 박성현도 파행진을 벌이다 10번홀(파5)에서 첫 버디를 낚으며 공동 선수에 올랐다.

이후 박성현이 12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하며 2위로 처졌다. 안시현도 15번홀(파4)에서 1타를 잃으며 막판 집중력 싸움에서 밀리는 듯 싶었다.

그러나 안시현은 이어진 16번홀(파4)에서 보기 좋게 버디를 잡아낸 뒤 남은 홀을 침착하게 파로 막아 한국여자오픈을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한국여자오픈은 KLPGA 투어에서 가장 난코스로 설계됐다. 지난해 우승자 박성현도 1오버파로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다.

라운드마다 언더파로 마친 선수가 손에 꼽을 정도인 상황에서 안시현은 베테랑 답게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3타를 줄이는데 성공하며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안시현은 200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J나인브릿지 클래식에서 깜짝 우승과 함께 빼어난 미모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LPGA 투어 출전권을 얻은 그는 2004년 LPGA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그해 신인왕에도 올랐다.

이때까지만 해도 박세리와 박지은, 김미현의 뒤를 이어 한국여자골프를 대표할 선수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2년차부터 기량이 정체되기 시작하더니 좀처럼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04년부터 LPGA에서 7시즌을 보냈지만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오히려 실력에 비해 외모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라는 인식이 강했다. 2011년 방송인 마르코와 결혼하며 골프와는 거리를 두기도 했다.

2013년 이혼한 뒤 이듬해 전격적으로 투어에 복귀한 안시현은 롯데마트 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다시 한 번 전성기를 구가하는 듯 했으나 이후로도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인고의 시간을 보낸 안시현은 무려 2004년 5월 MBC 엑스캔버스 여자오픈에서 국내 투어 첫 승을 거뒀다. 무려 12년 만에 안은 2번째 우승이다.

그것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안시현은 4살 난 딸에게 더욱 자랑스러운 엄마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