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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급유 서비스 악용한 얌체 배달업자 붙잡혀

비상급유 서비스 악용한 얌체 배달업자 붙잡혀

 

“보험사죠? 지금 여기 OO사거리 앞인데요…”

지난 2월 한 자동차보험사 서비스 기사 권모(36) 씨는 자신의 고객인 임모(39)씨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짜증이 밀려왔다. 임씨가 자동차 책임보험의 비상급유 서비스를 이유로 걸핏하면 ‘공짜 주유’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비상급유 서비스는 보험 가입자가 차를 운전하다 기름이 떨어지면 근처 주유소에 갈 수 있도록 서비스 기사가 찾아가 기름을 넣어주는 보험 서비스다.

임씨는 하루에도 2~3차례씩 권씨에게 전화를 걸어 “휘발유가 떨어졌으니 내 차량이 있는 곳으로 와서 기름을 넣어달라”고 했다. 뻔히 주유소가 보이는 곳에서 차를 세우고 비상급유를 받는가 하면 불과 10분 간격으로 비상급유를 요청해 이미 서비스 기사들 사이에서는 악명이 높았다. “어차피 기름으로 주나 돈으로 주나 똑같으니까 차라리 출동했다고 하고 휘발유만큼 현금을 달라”고 서비스 기사에게 대놓고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이처럼 자동차보험의 비상급유 서비스를 수시로 요청해 기름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임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서울 시내에서 꽃배달업에 종사하는 임씨는 지난 2012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3대의 자동차로 469회에 걸쳐 모두 890만원 상당의 비상급유 서비스를 이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임씨는 자동차 보험을 최소 기간인 1주일 단위로 갱신하면서 그때마다 450원짜리 비상급유 서비스에 추가가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상급유 서비스를 추가 가입하면 최대 3차례까지 4000~5000원 상당의 휘발유를 비상 급유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임씨가 수년에 걸쳐 지나치게 잦은 비상 급유를 이용하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보험사가 지난 4월 경찰에 이 같은 사실을 제보하며 덜미가 잡혔다.경찰 관계자는 “보험 가입자와 서비스 기사는 일종의 ‘갑을 관계’라 황당한 비상급유 요청이라도 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자동차 보험 약관을 악용한 범죄에 대해 지속적으로 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