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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폭력 못견딘 50대女, 내연남시켜 살해하려다 `미수`

남편폭력 못견딘 50대女, 내연남시켜 살해하려다 `미수`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재혼한 남편의 잦은 폭행을 견디지 못해 내연남을 시켜 살해하려 한 5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은 남편이 택시기사 운전사라는 점을 이용해 내연남 등을 승객으로 위장케 하고 미리 현장을 답습하게 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1998년 김모(56)씨와 재혼한 김모(54·여)씨는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다. 남편이 재혼이라는 점을 문제 삼아 종종 주먹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아내 김씨는 어린 딸의 장래를 생각하며 꾹꾹 참아왔다. 그러나 남편의 폭행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고 이제는 도저히 못참겠다고 생각했다. 분노가 한 번 폭발하자 멈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남편을 살해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범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외국인을 고용해 청부살인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재혼 전부터 알고 지낸 내연남 권모(58)씨에게 이 모든 과정을 설명한 뒤 남편을 대신 살해해 줄 외국인을 물색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막상 알아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이에 권씨는 자신의 친구 김모(57)씨와 함께 직접 범행을 하기로 했다.

권씨는 10월 초 남편이 운행하는 택시를 탔다. 그리고는 한 달 후 저지를 일을 머릿속에 그리며 같은 `코스`를 답사했다. 또 지하철 공사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로부터 범행에 사용할 전기충격기도 구입했다.

지난 2일 오전 6시25분께 권씨는 경기 지역 모 아파트 앞에서 택시를 몰고 출근하는 남편의 택시를 잡아탔다. 김씨로부터 남편이 출발한다는 연락을 받은 직후였다.

목적지는 통행량이 많지 않은 강서면허시험장 인근 방화로였다. 도주를 대비해 탈 렉스턴 차량은 미리 대기시켜놨다.

목적지에 다다르자 친구는 차량에서 내려 망을 봤고, 권씨는 전기충격기로 남편에게 충격을 준 뒤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했다. 남편은 극렬하게 저항했고 이 과정에서 가슴과 손 등을 다쳤다. 이어 주택가로 도주, 다행히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친구 김씨는 범행 직후 택시를 잡아타고 인근에 있는 내연녀의 집으로 잠시 몸을 숨겼다. 권씨는 범행 현장에서 70m 떨어진 곳에 세워놓은 자신의 렉스턴 차량을 타고 현장을 떠났고 도중에 친구 김씨와 만나 강원도 정선 강원랜드로 함께 도주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일반적인 택시강도와는 달리 ▲택시비 5만원을 지불한 점 ▲차량 열쇠와 블랙박스를 가져가면서 금품은 그대로 남긴 점 ▲2인조이면 함께 금품을 강취하는데 반해 이들은 1명이 밖에서 망을 본 점 ▲현장에 범행도구를 남긴 점 등이다.

경찰은 또 남편이 이동했던 경로를 따라 CCTV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아파트 입구에서 권씨 등이 한동안 서성이다 차량을 확인한 뒤에야 택시를 탄 것을 확인했다. 이들이 범행 직후 도주하는 영상도 확보했다.

이 때 인근을 지나던 마을버스 CCTV에 친구 김씨가 택시를 타고 이동한 것이 포착됐다. 경찰은 영상에 담긴 영업용 택시 광고면을 분석했고 택시기사와 내연녀를 상대로 권씨 등의 행적을 알아냈다.

이어 통화내역 등을 조사해 권씨가 정선 카지노에, 친구 김씨가 대전 자신의 집에 있는 확인하고 즉각 검거했다.

이와함께 경찰은 아내 김씨가 다른 사람의 명의로 전화를 개설해 범행을 모의하고 남편의 택시운행 일정 및 경찰의 수사상황을 권씨 등에게 알리는 등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도 확인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11일 권씨 등 2명을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하고 아내 김씨에 대해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