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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은/스포츠뉴스

한국, FIFA 평가 좋은데 … 미국·호주에 쫓기고, 연평도 변수 뜨고

대한민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이어 20년 만에 월드컵 축구대회를 개최할 수 있을까.

2018년과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개최지 선정을 위한 FIFA 집행위원회 투표가 12월 2일 밤(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진행된다. 2022년 월드컵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카타르·호주 등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4개국과 미국 등 5개국이 경쟁하고 있다. 2022년 개최지는 한국시간 3일 0시20분쯤 발표될 예정이다.
◆유치 가능성은 반반=가장 큰 관심은 한국의 유치 가능성이다. 최근까지 분위기는 좋았다. 정몽준 FIFA 부회장은 투표를 10일 앞둔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FIFA 실사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고, 지난 8일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이 방한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이후 분위기가

좋아졌다. 국민들이 조금 더 성원해 주시면 한국이 충분히 개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월드컵 유치에 힘을 보탤 박지성(왼쪽)·박태환.

 실제로 최근 FIFA가 공개한 평가보고서에서 한국은 경쟁국보다 훨씬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은 2002년 월드컵 당시 조성한 경기장 등 각종 인프라와 대회 개최 노하우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정부의 개최 의지도 강하다. 무엇보다 ‘축구를 통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기여’라는 대의명분이 뚜렷하다. 2022년 월드컵 유치위원회 한승주 위원장은 “4개 경기를 북한에서 열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판 변수가 돌출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다.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한국 개최에 의문을 표시하는 외신 보도가 늘어나고 있다. 투표 전날 열리는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대신 김황식 국무총리가 나선다. ‘수영 영웅’ 박태환(단국대)과 발레리나 강수진(슈투트가르트 발레단)도 힘을 보탠다. 한국의 축구 역사를 설명할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12월 1일 취리히에 합류한다.

 ◆미국·호주와 경쟁, 카타르도 복병=현재 가장 강력한 유치 후보국은 미국과 호주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유치 활동에 적극적이고, 각종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개최 도시 간 이동이 불편하고 테러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약점이 있다.

 호주는 ‘사상 첫 오세아니아 대륙 월드컵’이라는 명분이 돋보이고 정부 지원도 탄탄하다. 하지만 축구의 인기가 럭비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경기장도 럭비 구장을 개조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된다.

 카타르는 월드컵이 열리는 6월 평균 기온이 섭씨 45도에 이를 정도로 더운 날씨, 130만 명의 적은 인구와 좁은 국토가 월드컵을 유치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모든 경기장 관중석에 에어컨 설치’ 등 오일 달러를 앞세운 물량 공세가 먹히고 있어 복병으로 등장했다. 일본은 2022년 월드컵보다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유치에 올인하고 있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역대 월드컵은 개최 여건이나 명분보다는 집행위원들의 개인적 선호도에 따라 개최지가 결정됐다. 따라서 막판까지 집행위원 한 명, 한 명의 표심을 얼마나 붙잡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정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