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면조코/부부성인

싱글여성이 잔인한 가을을 나는 법

싱글여성이 잔인한 가을을 나는 법

 

요즘 여기저기서 외롭고 우울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가을에 외로워지는 건 지구가 돌고 있다는 사실처럼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을을 타는 강도들이 세지는 것 같다. 아마 다들 나이가 들어가는 탓일거다.

가을에 외로워지는 건 일조량이 줄어들고 기온이 낮아지면서 몸 안의 호르몬이 변화를 겪기 때문이란 건 다들 아는 사실. 여기에 더해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라는 구호 아래 정신없이 날아드는 결혼 소식에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올해도 이렇게 외롭게 가는구나’하는 자괴감까지. 가뜩이나 움츠러든 몸에 이렇게 이중삼중의 정신적 고통이 더해지니 우울하지 않을 수가 있나.

이 잔인한 가을을 잘 견디려면 제일 중요한 건 역시 건강을 챙기는 일이다. 몸을 많이 움직이고 하루 중 일정시간을 침팬지들처럼 햇볕을 쬐는 데 투자해야 한다.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이기 위해 등산 동호회나 마라톤 동호회, 댄스 동호회에 가입하는 것도 좋다. 이왕이면 젊은 남자를 많이 만날 수 있고 어쩔 수 없이 육체적인 접촉을 할 수밖에 없는 그런 동호회를 적극 권한다.

중·고등학교 때 열독했던 하이틴 로맨스물에 다시 한번 빠져보는 것도 괜찮다. 지나고 나면 허망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퇴근 후에 술만 퍼마시거나 약속 없는 주말에 집에서 잠만 자는 것 보다는 잠시나마 로맨스의 세계에 빠져보는 게 백배 낫다.

로맨스물의 장점은 말초신경을 나긋나긋하게 건드려 준다는 점이다. 서로 끌리면서도 아닌 척 가증을 떨어대는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긴 하지만 그러다 격정적으로 이어지는 섹스신은 로맨스물의 가장 큰 미덕이다. 비록 현실적으로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구리빛 피부와 단단한 가슴팍을 가진 젊은 부호와 수영장, 마굿간 가리지 않고 격정적인 섹스에 빠지는 환상은 이 잔인한 가을을 나는데 아주 조금이나 도움이 될 것이다.

밤마다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고 향기 좋은 바디로션으로 자위에 가까운 셀프 마사지를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 중 하나다. 연인 손길을 못받는다면 나라도 나를 사랑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서글픈 일도, 우울한 일도 아니다. 가을밤을 나기 위해 딜도 하나쯤 장만할 호기를 부린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바디로션 자위라도 시도해 보길. 피부도 좋아지고 갈증도 풀리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으니까.

싱글만 외롭냐, 애인 있고 남편 있어도 외롭다고 외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누가 있는데도 외롭다면 그건 위에서 소개한 자잘한 방법들로 해결 될 문제가 아니다. 관계의 진실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어쩌면 가을밤에 느끼는 사무치는 외로움이 그 사람과는 이제 그만 끝내라는 운명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쓸쓸한 가을밤, 외롭다는 문자를 빗발치게 받을 때면 이런 날을 위해 서로서로 도와줄 수 있는 섹스 품앗이 조직이라도 있으면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주의하려고 해도 모든 섹스에는 책임과 미련이 따르는 법이라 오직 외로운 가을밤을 위한 섹스 품앗이가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물론 사람 모으는 데는 그리 어렵진 않겠지만 말이다. 여기저기서 ‘저요, 저요’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박소현은?
남녀의 불꽃 튀는 사생활에 비전문적 조언을 서슴지 않는 36세의 칼럼니스트, 저서로 '쉿! she it' '남자가 도망쳤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