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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죄 존폐 논란 ‘이불 속까지 간섭하지 마라?’

간통죄 존폐 논란 ‘이불 속까지 간섭하지 마라?’

간통죄 위헌 심판 제청으로 존폐 논란 재점화
`성기 삽입` 입증 필요한 현 법 조항은 유명무실
중앙방송과 함께하는 현장 출동: 간통죄 누구를 위한 법인가

 

"찾았다!"

김경희(34·가명)씨는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모텔 방 에어컨 위에 구겨져 있는 휴지를 얼른 집어 들었다. 옆에 있던 간통죄 관련 컨설팅 관계자가 냄새를 맡는다. "맞아요, 정액." 남편이 모텔 방을 나가고 나서 바로 그 방을 찾았으니 분명 남편의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김씨는 남편의 간통죄를 증명하기 위해 이불을 비롯해 쓰레기통까지 다 뒤져 겨우 결정적 증거를 찾은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엔 왠지 모를 쓸쓸함이 묻어났다.

간통으로 고통받는 사람

결혼 생활 3년째로 접어든 김씨는 이미 이혼을 결심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남편의 외도 때문이다.
 
김씨의 남편은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여자 친구를 만난 이후 일을 핑계로 잦은 외박을 했다고 한다. 참다 못한 김씨는 내연녀를 찾아가 남편과 헤어질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김씨는 남편으로부터 심한 욕설과 협박을 들어야 했다. "너, 무슨 말 했어? 칼로 쑤시기 전에 빨리 말해. 나 이제 뵈는 게 없어. 어차피 나도 오늘 뒈질 거고. 빨리 말해!"

그래도 김씨는 아이를 생각해 이혼만은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과 내연녀는 더욱 뻔뻔해져 갔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과 살 수 있어요"라고 묻는 내연녀의 적반하장에 진저리가 났다.

만만치 않은 간통죄 고소

김씨는 마지막 방법으로 남편을 간통죄로 고소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고소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남편과 내연녀의 간통 현장을 알았지만 모텔 방문을 강제로 열고 급습해 증거물을 확보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일 뿐이다.

김씨는 이혼 소송장과 고소장 등 법적 서류를 모두 준비해야 만했다. 그리고 경찰과 함께 모텔을 찾았지만 방문을 두드리고 나서도 한참 후에야 겨우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남편과 내연녀는 모두 옷을 입고 "왜 찾아왔는냐"라는 안하무인 격 태도를 보였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남편이 경찰서로 이동한 이후 결정적 증거를 찾기 위해 방을 뒤져야만 했다. 체모와 정액을 찾기 위해 샅샅이 살폈다. 간통죄는 '성기 삽입'을 입증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간통죄 조항은 있어야 한다?

석인호(44·가명)씨는 아내의 외도에 대해 간통죄 고소 중이다. 상대 남자 측의 불륜 실토 편지를 통해 아내의 외도 사실을 았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편지를 비롯해 통화 목록, 아내의 자필 확인서로는 간통죄를 성립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증거라는 게 참 황당해요. 애써 모았지만 이건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거죠. 그래도 유명무실하다고는 하지만 간통죄 법 조항은 있어야 됩니다. 내 이불, 네 이불이 없다고 생각해 봐요."

최은경(29·가명)씨는 10세 연상의 유부남과 3년째 사귀고 있는 여성이다. "드라마를 보면 간통을 하다 들켜 머리카락이 뽑히고 두들겨 맞고 할퀴어 상처가 나기도 하죠. 저도 언제 그런 일을 당할지 조마조마할 때가 있어요." 이런 최씨도 간통제 폐지는 반대한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나요. 의외라고 생각하겠지만 피해를 입은 당사자의 배신감과 상처와 분노를 떠올려 보세요. 절대 용서할 수 없죠."

재점화한 간통죄 존폐 논란

지난달 9일 서울북부지법 형사2단독 도진기 판사가 "법이 이불 속까지 들여다봐서는 안된다"는 논리로 형법 간통죄에 대한 위헌 심판을 제청한 뒤 간통죄 존폐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한 설문 조사 결과에 의하면 간통죄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23.6%, 반대가 70.1%로 간통죄 존속을 주장하는 의견이 여전히 많았다.

과연 간통은 인격과 가슴에 상처를 주는 '내면의 살인'일까, 아니면 침범할 수 없는 '이불 속 사생활'인 것일까? 그렇다고 현재의 간통죄 조항이 간통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절박함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져 주고 있기는 한 것인지…. 간통죄의 위헌 여부에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이다.

★기사 관련 TV 프로그램인 중앙방송 Q채널의 <천일야화> '간통죄 누구를 위한 법인가’편이 22일 밤 12시에 방영됩니다.

이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