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알면조코/기타정보

60만원 받고 이름 빌려준 주부 전화료+과태료 3600만원

60만원 받고 이름 빌려준 주부 전화료+과태료 3600만원

대포폰 업자에 속아

 

#1. 주부 강모(58)씨는 지난해 8월 늘 빠듯한 형편에도 꼬박 용돈을 보내주는 아들(32)이 안쓰러워 여유자금을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동네 전봇대에 붙은 '소액 가계대출 환영'이란 광고지를 보고 무허가 대출업체를 찾아갔다.

대출업자는 강씨에게 "비싼 이자를 물고 돈을 빌릴 바에는 차라리 명의를 빌려줘 돈을 받아 가라"고 꾀었다. 강씨 이름으로 개통한 휴대전화를 한 대당 7만원에 사주겠다는 것이다. 이 말에 강씨는 8대의 휴대전화를 만들어 업자에게 60만원에 팔았다. 그는 휴대전화 통화요금은 명의를 빌린 업자가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대출업자는 강씨 명의의 휴대전화 8대를 스팸업자에게 한 대당 30만원에 팔았다. 스팸업자는 이 휴대전화로 불법대출 광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수십 만 건을 보냈다.

올해 초 강씨에겐 1800만원어치의 휴대전화 요금 연체 고지서와 1800만원짜리 휴대전화 스팸메시지 행정과태료 통지서가 날아왔다. 강씨는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

#2.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이모(42)씨는 지난해 9월 급전이 필요했다. 거래처에 줄 물품 대금이 조금 모자란 것이었다. 은행에서 빌릴 엄두가 안 난 이씨는 무허가 대출업체를 찾아갔다. 업자는 대포폰(명의 도용 휴대전화) 개설을 권유했고, 이씨는 별 생각 없이 자신의 이름으로 대포폰 두 대를 만들었다. 그 대가는 1050만원 요금 연체 고지서였다. 이씨는 "평생 남에게 피해 안 주고 살았는데 너무 화가 나 앓아 누웠다"고 말했다.

이들은 27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불구속 입건한 하모(32)씨 등 불법 사채업자들의 피해자였다. 이들은 강씨.이씨를 포함 14명 명의의 대포폰을 불법 대출광고 스팸메시지를 보내는 데 사용했다. 이에 따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이용료 1억2100만원은 고스란히 명의 대여자들이 떠안았다. 대여자들은 50만~100만원의 소액을 빌리러 간 서민들이었다. 대부분 자신도 모르게 최소 300만원의 요금이 연체돼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

경찰 관계자는 "요즘 서민이 돈 빌릴 곳이 마땅찮을 때 '대포폰을 만들면 돈을 준다'는 말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며 "대포폰이 범죄에 악용되면 그 대가는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게 돌아간다"고 경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하씨 등은 지난해 6월 인터넷 카페에서 70만원을 주고 400만 명분의 개인정보를 입수했다. KT.하나로통신.두루넷 등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들의 정보였다.

하씨 등은 대포폰 전화번호로 문자 발송 사이트에 가입한 뒤 지난해 8~12월 무허가 대부업 광고 900만 건 이상을 전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초고속 인터넷 업체의 내부 관계자가 가입자 정보를 빼내 시중에 유통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철재 기자

◆ 대포폰=실제 사용자가 아닌 다른 사람 명의로 개설한 휴대전화. 휴대전화 번호로는 실제 사용자를 추적하기 어려워 보통 범죄에 많이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