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골’ 스타 김홍택, 실전도 지배하다
시뮬레이션 G투어선 통산 4승. 올 프로 데뷔 뒤 초반 적응 애먹어
“실제 필드는 예측 못한 변수 많아”, 10번째 대회서 정상 … “올 2승 목표”
캐디백을 멘 아버지 김성근씨와 함께 첫 우승을 자축하는 김홍택. [사진 KPGA=연합뉴스]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1부 투어에 데뷔한 루키 김홍택(24·AB&I)은 시뮬레이션 골프(스크린 골프)계의 스타다. 필드에 운집한 많은 갤러리 속에서도 그는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는 등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1부 투어 입문 첫 시즌부터 정상에 올랐다.
KPGA에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홍택은 시뮬레이션 골프계에선 실력파로 통한다. 2012년 출범한 시뮬레이션 골프 G투어에서 통산 4승을 거두며 스크린 골프의 강자로 군림해왔다. 현역 군 복무를 했던 2014~15 시즌을 제외하곤 2013~14 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그린 적중률 1위를 차지했고, 드라이브샷 거리도 1·2위를 도맡았다.
시뮬레이션골프에서 샷을 하는 김홍택. [사진 유튜브]
그러나 프로 무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김홍택은 올 시즌 9개 대회에서 단 한번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지난 5월 열린 카이도 드림 오픈에서 공동 33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다. 컷 통과는 단 두차례 뿐이었고, 이제까지 상금은 397만원에 불과했다. 김홍택은 “스크린 골프는 체력적으로 크게 힘들지 않다. 바람이나 거리 등 정보가 다 나와서 계산만 잘 해서 치면 된다. 그러나 실제 코스에선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많다”면서 “선수들의 경기력도 뛰어나서 한 타만 잃어도 순위가 많이 내려간다”고 했다.
김홍택. [연합뉴스]
그래도 김홍택은 스크린 골프를 통해 꾸준하게 실력을 갈고닦았다. 지난 5월엔 SK텔레콤 오픈 개막을 나흘 앞두고 열린 스크린 골프대회에서 통산 4번째 G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김홍택은 “스크린을 보고 치는 시뮬레이션 골프를 통해 자신감을 키웠다. 시뮬레이션 골프를 한다고 실력이 뒤쳐진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라고 말했다. 김홍택은 특히 시뮬레이션 골프를 통해 갈고 닦은 샷을 필드에서 입증했다. 키 1m73cm의 크지 않은 체격이지만 올 시즌 그는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 296.5야드로 전체 선수 가운데 3위를 달리고 있다. 고교 3학년 때 86㎏까지 나갔던 체중을 78㎏로 줄인 뒤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파워를 불린 결과다. 그는 “어릴 때부터 무조건 세게 치라고 배웠다”며 장타 비결을 설명했다.
첫 우승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김홍택은 전혀 긴장하지 않았다. “갤러리가 이렇게 많은 데서 경기해본 건 처음”이라던 그는 갤러리와 함께 사진을 찍는 여유를 보였다. 그리고 스크린 골프 우승자로는 처음으로 KPGA투어 정상까지 밟았다. 우승 상금 1200만원인 G투어에 비해 10배 이상 많은 상금을 받은 김홍택은 “후반기 시작이 좋다. 올 시즌 목표는 2승이고, 나중엔 미국 PGA투어에서 뛰고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KPGA투어는 12개 대회에서 모두 다른 우승자를 배출해 춘추전국시대를 이루고 있다.
김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