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방식의 수능 영어 성적 반영 축소는 타 대학도 추진하고 있다. 20일 전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관계자는 “최근 확정된 서울대의 입시안처럼 대부분의 대학이 2018학년도 입시에서 영어의 비중을 줄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교협은 이달 말까지 전국 4년제 대학의 2018학년도 전형계획을 받아 4월 말 확정·공개한다. 대교협 관계자는 “서울대가 적용하려는 ‘감점제’ 대신 등급에 따라 점수를 더 주는 ‘가산점제’를 도입하려는 대학도 있다. 가산점제를 채택해도 서울대처럼 영어 비중이 줄어드는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절대평가제 도입에 따라 영어 1등급 인원이 대폭 늘어난다. 상대평가였던 2015학년도 수능에서 영어 1등급 수험생은 2만6070명이지만 절대평가 기준을 적용하면 9만664명에 이른다. 서울권 대학 전체 모집인원(7만7990명)보다 많아진다. 여기에 대학 역시 변별력이 낮은 영어에 대해 반영 비중도 낮추려 한다.
이렇게 되면 2018학년도 정시모집은 사실상 ‘국·수·탐(탐구)’ 전형이 된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이사는 “서울대 방식을 적용하면 영어 0점을 받아도 감점은 4점에 그쳐 수학 한 문항(최대 4점)을 틀린 정도에 그친다. 상대평가인 제2외국어가 영어보다 영향력이 커질 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에 따라 인문계 수험생에겐 수학·국어·탐구(사회), 자연계는 수학·탐구(과학)·국어 순으로 변별력이 커진다. 안연근 잠실여고 진학부장은 “최근 출제 경향을 감안하면 자연계 최상위권 학생에겐 탐구가, 인문계 에선 수학이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원 휘문고 교감은 “‘쉬운 수능’이 유지되는 가운데 영역 수마저 줄면 한두 문제 차이, 실수 하나로 당락이 엇갈리기 쉽다”고 걱정했다. 탐구 영역의 선택과목이 3개에서 2개로 줄어든 2014학년도 이후 어떤 과목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대의 입시안 확정을 계기로 학교들은 비상에 걸렸다. 향후 영어 수업 방식 등을 놓고 고민 중이다. 배영준 보성고 진학부장은 “영어 1등급이 많은 강남의 일반고, 자사고의 학부모는 ‘다른 과목을 더 가르쳐라’고 요구할 기세다. 일주일에 6교시가 편성된 고3 영어를 4~5교시로 줄이는 학교가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