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현민, 전날 입은 바지 빨아 입고 17언더 우승 키스
변현민, 전날 입은 바지 빨아 입고 17언더 우승 키스
에쓰오일 챔피언스서 2년 만에 정상
2R 감각 이어가려 비장한 각오
허윤경 추격 따돌려 대회 최소타
변현민은 15일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6타를 줄였다. 16일 그는 같은 바지를 입고 나와 우승컵에 입맞춤을 했다. [사진 KLPGA]
“(너무 좋아서) 웃고 싶었는데 눈물이 났어요.” 1년11개월 만에 다시 우승을 차지한 날. 변현민(23·요진건설)은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내는 눈물을 터뜨렸다. 한 달 전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허윤경(23·현대스위스)에게 당한 패배를 설욕한 기쁨의 눈물이기도 했다.
16일 제주도 엘리시안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 변현민은 7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7언더파로 허윤경을 2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투어 4년차 변현민은 절박했다. 2011년 히든밸리 여자오픈에서 우승했지만 지난해까지 톱 10에 딱 두 번 드는 부진을 겪었다. 우승 뒤 오버 스윙을 교정하기 위해 스윙에 손을 댔다가 늪에 빠졌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한 라운드에서 아웃 오브 바운스(OB)를 3, 4번이나 낼 만큼 심각했고, 13개 대회에서 일곱 번이나 예선 탈락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뒤 좋아졌다. 최종일 허윤경과 다시 붙은 변현민은 “기회를 놓치고 나서 일주일 동안 연장전 18홀을 치는 꿈을 꿨다. 준우승 이후 샷이 좋아져 이번엔 이길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비장한 각오는 옷차림에서부터 드러났다. 2라운드에서 6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에 오른 변현민은 좋은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전날 입었던 바지를 빨아 입고 나왔다.
허윤경에게 1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변현민은 정교한 아이언 샷을 앞세워 전반에 3타를 줄였다. 허윤경이 10번 홀까지 4타를 줄이며 동타를 이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팽팽했던 시소 게임은 11번 홀(파4)에서 기울어졌다. 11야드를 남겨두고 세 번째 어프로치 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 넣은 변현민은 12번 홀(파3), 13번 홀(파4) 연속 버디로 승기를 굳혔다. 허윤경도 2개의 버디를 추가해 1타 차 추격을 이어갔지만 변현민은 18번 홀(파4)에서 2m짜리 버디로 경기를 끝내버렸다. 변현민의 17언더파는 2011년 이미림(23·우리투자증권)이 세운 대회 최소타를 1타 경신한 기록이다. 우승 상금은 1억2000만원.
변현민의 우승으로 스폰서인 요진건설은 소속 선수가 3주 연속 우승하는 경사를 맞았다. 3주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김보경(27·요진건설)은 4언더파 공동 24위로 대회를 마쳤다.
제주=이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