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은, LPGA 투어 아쉽게 첫 우승 놓쳐
신지은, LPGA 투어 아쉽게 첫 우승 놓쳐
폭우와 천둥 번개가 우승자를 바꿔놓았다. 신지은(20·미국명 제니 신)이 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대회에서 아쉽게 첫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26일 싱가포르 타나메라 골프장 가든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신지애는 4라운드를 시작할 때 케이티 퍼처, 안젤라 스탠퍼드(이상 미국)와 공동선두였다. 불과 3타차로 추격한 세계 랭킹 1위 청야니(대만)의 존재도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신지은은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승부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17번홀까지 3타를 줄이며 스탠퍼드에 1타 앞선 단독 선두에 올랐다.
그러나 18번 홀(파4) 티샷을 앞두고 천둥 번개가 치면서 경기가 중단된 것이 화근이었다. 경기는 무려 1시간 30분이 지난 다음에 재개됐다. 생애 첫 우승을 코앞에 두고 초조한 마음으로 90분이나 경기 재개를 기다르는 건 승부에 커다란 변수가 됐다.
경기가 재개된 후 신지은이 친 티샷은 페어웨이 왼쪽으로 크게 벗어나 숲으로 들어갔다. 이 때문에 1벌타를 받고 세 번째 샷을 날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린 위에 올라가지 못해 결국 2타를 잃고 홀아웃했다.
동반 플레이를 펼친 스탠퍼드도 이 홀에서 보기를 적어내는 바람에 연장전이 펼쳐졌다. 먼저 경기를 끝낸 최나연(25·SK텔레콤), 펑산산(중국)을 포함해 4명이 동타를 이뤄 원점에서 승부를 가렸다. 18번 홀에서 치러진 연장 1차전과 2차전에서 보기를 기록한 펑산산과 최나연이 차례로 탈락했고 신지은은 스탠퍼드와 연장 3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신지은은 연장 3차전에서 두 번째 샷으로 볼을 그린 위에 올렸지만 홀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린 위에서 웨지를 꺼내들어 홀 1.2m까지 붙인 뒤 파 퍼트를 시도했지만 볼은 아쉽게도 홀을 돌아 나왔다. 버디 퍼트가 짧아 홀까지 90㎝를 남겨 놓은 스탠퍼드는 실수 없이 파 세이브에 성공해 기나긴 승부를 마무리했다.
신지은은 "정규 라운드 마지막 홀을 시작하기 전 날씨 때문에 중단돼 아쉬웠다"며 "이번 대회는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록 우승컵을 들지는 못했지만 신지은은 이번 대회를 통해 LPGA에 새로운 신데렐라가 탄생했음을 분명히 알렸다.
9세 때 미국으로 건너간 신지은은 2006년 미국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만 13세의 나이로 우승해 이름을 알렸다. 2010년 프로로 전향한 그는 LPGA 2부 투어인 퓨처스투어에서 상금랭킹 4위에 올라 2011년 정규 투어에 데뷔했다.
이번에는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개막전인 호주여자오픈에서 7위, 지난주 혼다 타일랜드 대회에서 공동 9위에 오르는 등 올 시즌 열린 LPGA 투어 3개 대회에서 연속 톱10에 들었다. 35세의 베테랑 스탠퍼드는 통산 5승을 올리며 우승상금 21만달러(약 2억3700만원)를 받았다.
최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