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도널드·매킬로이 ‘지옥의 라운드’
우즈·도널드·매킬로이 ‘지옥의 라운드’
과거·현재·미래의 골프 황제
오늘 개막 HSBC 1.2R 같은 조
사막의 도시 아부다비서 대결
세계랭킹 1위 루크 도널드가 24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리와 사막 모래벌판에서 벙커
탈출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이 장면은 아부다비 HSBC 골프 챔피언십의 홍보용으로 촬영한 것이다.
[아부다비 AP=연합뉴스]
사막의 찬란한 태양 아래서 타이거 우즈(37·미국)는 로리 매킬로이(23·북아일랜드), 리 웨스트우드(39·잉글랜드)와 함께 북춤을 췄다. 아라비아반도 유목민들의 리듬에 맞춘 전통 춤이었다. 선수들은 초청료로 거액을 안겨 준 스폰서들의 장단에 맞춰 흥겨운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호흡이 척척 맞지는 않았다. 우즈는 “한쪽은 리듬이 빠르고 다른 쪽은 느려 어느 장단에 맞출지 가늠하기 곤란했다”고 말했다.
우즈가 2012년 첫 대회에 나선다. 26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골프 클럽(전장 7360야드)에서 시작되는 유러피언 투어 아부다비 HSBC 골프 챔피언십이다. 우즈는 자신의 앞마당과도 같은 토리파인스 대회 대신 이곳에 왔다. 그는 미국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 골프장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일곱 차례나 우승했다. 우즈가 앞마당을 두고 사막에서 시즌 개막전을 치르는 것은 초청료와 자신감 때문이다. 그는 “적어도 8년 만에 아프지 않은 상태로 시즌을 시작하는 것 같다. 충실히 훈련을 했고 놀랄 만한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부다비 HSBC 골프 챔피언십은 세계랭킹 1~4위 루크 도널드(35·잉글랜드), 웨스트우드·매킬로이·마르틴 카이머(28·독일)의 시즌 개막전이다. 유럽의 거물들이 모조리 나왔고 최경주(42·SK텔레콤)도 모습을 드러냈다. 메이저급 선수를 모은 조직위는 또 다른 강수를 뒀다. 1, 2라운드에 우즈를 도널드·매킬로이와 한 조로 묶은 것이다.
우즈가 10여 년간 골프계를 호령했던 과거의 황제라면 도널드는 현재 굳건한 세계 1위, 매킬로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차세대 황제다. 골프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2012년 시즌 개막전에서 서로 눈을 보면서 겨루게 된다. 다시 황제로 돌아가기 위한 캠페인을 시작한 우즈는 ‘골프의 현재’ 도널드, ‘골프의 미래’ 매킬로이와 맞서야 한다. 골프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하지만 동반자는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함께 경기하는 선수와 리듬이 다를 때 우즈가 춘 북춤처럼 경기가 엉키기도 한다.
우즈는 성적에 대한 예상을 묻자 “나도 잘 모르겠다. 유리구슬에 물어봐야 할 것 같다”고 농담을 했다. 최경주는 우즈에 대해 “이번 대회 성적을 봐야 그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우즈는 연습라운드를 매킬로이와 함께했다. 북춤을 추다가 함께 돌자고 즉흥적으로 약속했다. 매킬로이는 25일 인터뷰에서 “함께 라운드를 해 보니 우즈가 건강해 보였고 멋진 샷을 자주 날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습라운드에서 매킬로이의 공이 우즈의 공보다 더 멀리, 똑바로 갔다. 우즈는 “과거에 못하던 샷을 하고 다양한 구질을 쓸 수 있게 됐다”고 했으나 거리와 정확성을 합한 롱게임에선 매킬로이가 한 수 위로 꼽힌다. 매킬로이는 “코스가 나에게 잘 맞는다. 우즈와 경기하는 게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고 했다. 매킬로이는 지난해까지 보였던 소년의 모습이 사라지고 다 큰 수사자의 풍모가 났다.
도널드는 꾸준하다. 우즈가 없는 동안 도널드는 쇼트게임의 1인자가 됐다. 퍼트에서 도널드를 따를 자가 없다. 그린을 놓쳐도, 벙커에서도 도널드는 파나 버디를 한다. 샷 거리가 짧은데도 좋은 성적을 내기 때문에 동반자들은 더욱 부담을 느낀다. 우즈는 “꾸준한 성적을 내는 도널드가 현재 최고 선수”라고 말했다. 우즈가 유리하지 않다. 그러나 그의 장점은 어렵고 중요한 때 더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것이다. 지난해 우승자인 카이머는 “우즈는 모든 불리함을 극복할 아우라가 있다”고 말했다.
J골프에서 26일부터 오후 6∼10시에 전 라운드를 생중계한다. 우즈는 한국시간 26일 낮 12시40분 1라운드를 시작한다. 최경주는 바로 앞 조에서 경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