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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정운찬, 일 핑계로 밤 10시 만나자 수차례 전화”

이오스5 2011. 3. 23. 11:30

신씨 자전 에세이 『4001』 파문

 

2007년 소위 ‘신정아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39)씨가 22일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전 에세이 『4001』(사월의책)을 내며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사건 직후부터 최근까지 약 4년간 쓴 일기를 편집해 펴냈다.

예일대 박사학위 수여의 전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만남, 동국대 교수 채용 과정과 정치권 배후설, 그리고 일부 인사에 대한 서운한 감정 등을 언급했다.

 22일 낮 12시 롯데호텔 소공동 본관 36층 아스토홀. 하얀색 상의 위에 회색 정장을 하고 나온 신씨는 “발언 기회가 제대로 없었다. 이번 기회에 모든 사실을 정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일부 용서를 구하고 해명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자신과 관계된 사람들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책에서 저명 인사의 실명(實名)을 거론해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정운찬(현 동반성장위원장) 전 총리가 도마에 올랐다. 신씨는 2005년 정 전 총리가 서울대 총장 시절 정 전 총리를 만났다고 했다. 서울대 미술관 개관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그는 책에서 “당시 서울대 총장이었던 정운찬 전 총리가 서울대 미술관장직과 교수직을 제의했으나 내가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총리는 2007년 사건 직후 신씨에게 서울대 미술관장직과 교수직 제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신씨는 또 정 전 총리가 밤 10시에 호텔 바에서 만나자고 전화한 적이 여러 번 있다고 했다. “나를 만나려고 일을 핑계로 대는 것 같았다. (…) 겉으로만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였다”(100~101쪽)는 표현까지 썼다.

 

이날 변호사를 대동한 신씨는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거쳐 최소한의 이야기만 담았다”고 말했다.
신정아씨가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신씨는 2007년 사건 당시 나돌던 배후설에 대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자신의 외할머니 소개로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외할머니와 노 전 대통령의 관계는 밝히지 않아 또 다른 의문을 남겼다. “노 전 대통령을 욕되게 하는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배후설이 너무 많아 쓰지 않을 수 없었다”며 “노 대통령이 이모저모로 내게 관심을 쏟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접적인 도움을 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했다.

 책 제목 ‘4001’은 신씨가 영등포 구치소에 1년6개월간 수감되었던 시절의 수인번호(囚人番號)다. 학력 위조와 관련, 신씨는 “브로커를 통했든 아니든 간에 전적으로 제 잘못”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도움을 받은 것은 잘못이지만 (직접) 위조를 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책에서는 “내게 내려진 형벌을 논문 대필에 대한 대가로 생각하고 뼈저린 반성을 하며 고통을 참았다”고 적어 놓았다.

 변양균 전 청와대정책실장을 그는 ‘똥아저씨’라고 표기하며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을 드러냈다. ‘변양균이라는 남자’라는 제목의 항목에서 신씨는 “똥아저씨는 오랜 시간을 친구로, 연인으로, 선배로, 아빠로 있어 주었다. 내 사건이 터지고 우리 관계가 만천하에 폭로된 후 나는 똥아저씨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어 실망도 컸지만 그간 나를 아껴주고 돌봐준 것에 대해서 만큼은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리고 똥아저씨가 내내 행복하기를 바란다”(144쪽)고 썼다.

 언론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표현했다. 언론에서 ‘성 로비’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 “여성으로서의 최소한의 것까지도 다 까발리고 수치를 당한 상황이었다”며 “내 스스로 피해의식이 생겨 가까운 분들과 연락하는 데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무슨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며 “미술계로 돌아간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지만 좋은 자리가 있으면 최선을 다해 일해 보겠다”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