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멀리 치면 뭐 하나’ PGA 개막 챔프는 단타자
273야드 버드, 315야드 개리거스 잡아
드라이브샷을 70야드나 멀리 치면 뭐 하나-. 20011년 PGA 투어 시즌 첫 개막전은 정확도를 높인 단타자의 승리였다.
10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카팔루아 골프장 플랜테이션코스(파73·7411야드)에서 벌어진 PGA 투어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최종 4라운드. 우승컵의 향방은 최종 합계 24언더파 268타로 동타를 기록한 조너선 버드와 로버트 개리거스(이상 미국) 두 선수로 압축됐다.
1대1의 연장전. 코스가 길게 세팅된 대회장의 특징을 감안할 때 평균 315야드로 지난해 PGA 투어 드라이브샷 랭킹 1위인 개리거스가 유리해 보였다. 버드도 290야드를 날릴 수 있는 파워를 가졌지만 이 대회 4라운드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73야드에 불과했다.
연장 첫째 홀인 18번 홀(파5·663야드). 개리거스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장타력을 뽐내고도 버드와 똑같이 파 세이브에 그쳐 두 번째 연장전으로 끌려갔다. 파4의 1번 홀(520야드). 개리거스는 버드보다 무려 70야드나 더 멀리 드라이브샷을 날렸다. 버드가 3번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할 때 개리거스는 9번 아이언으로 핀을 노렸다. 그러나 버드는 12m에서 투 퍼트로 파를 지켰고, 개리거스는 90㎝ 파 퍼트를 놓쳐 무릎을 꿇었다. 버드는 우승상금 112만 달러(약 12억6000만원)의 행운을 잡았다. 그는 “아주 멋지게 압도했다”고 흥분했다. PGA 투어에는 버드처럼 개리거스 등 300야드 장타자에 전혀 기죽지 않는 단타자가 많다.
지난해 PGA 투어 40개 대회 가운데 300야드 이상의 장타자가 우승한 대회는 4개(10%)뿐이었다. 하지만 이들보다 20야드 이상 짧은 드라이브샷(평균 283야드 이하)에도 불구하고 우승한 선수는 10명(25%)이나 됐다. 300야드 이상의 장타자보다 2.5배나 더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는 8자 스윙의 짐 퓨릭과 잭 존슨(이상 미국), 팀 클라크(남아공) 등으로 지난해 기준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79야드 미만이다. 퓨릭은 276야드(랭킹 179위)의 짧은 드라이브샷으로 지난해 PGA 투어를 석권했다. 3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2위에 올랐고 플레이오프인 페덱스컵에서 우승하며 올해의 선수상까지 휩쓸었다. 타이거 우즈는 퓨릭의 8자 스윙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평균 266야드(192위)로 이 부문 꼴찌인 브라이언 게이(미국)는 지난해 일본 남자골프투어 상금왕에 올랐던 김경태(25·신한금융그룹)의 롤 모델이기도 하다. 2009년 PGA 투어 2승을 한 게이는 “300야드 장타자가 전혀 무섭지 않다. 나는 그들보다 30~40야드 뒤에서 핀에 더 정확하게 붙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최창호 기자